[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기준금리 인상 중단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앨런 블라인더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이 최근 인플레이션의 하락 추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불안의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앨런 블라인더 전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 (사진=미국 정치·사회과학 아카데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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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더 교수는 최근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한 이데일리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나는 인플레이션의 분명한 하락 추세를 보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블라인더 교수는 1994년 6월~1996년 1월 연준 부의장으로서 당시 앨런 그린스펀 의장과 함께 세계 경제를 이끌었던 빅샷이다.
그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며 꼽은 통계는 노동통계국이 집계한 지난해 하반기 소비자물가지수(CPI)다. 이 수치는 연준 목표치(2.0%)를 밑돈 1.9%(계절조정·연율환산)에 불과했다. 그는 이를 두고 일종의 ‘움푹 패인 구멍’(pothole·포트홀)이라고 분석하면서도 “FOMC가 이 수치를 너무 무시하고 있다”며 “6개월은 단순히 일시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긴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블라인더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지난 17일(현지시간) 나온 미시건대 기대인플레이션(1년)은 3.8%까지 내려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블라인더 교수는 “(지금 제롬 파월 의장을 따라 목소리가 큰) 매파들이 경제를 불황으로 몰고 갈지 모른다”며 “연준이 최종금리를 6% 이상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가 일각에서 한때 나왔던 최종금리 6%는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와 만난 자리에서도 “(글로벌 금융시스템 위기 상황에서)내가 지금 만약 연준에 있었다면 금리 인상을 멈췄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현재 연준 금리 수준(4.50~4.75%)에서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은행권 줄도산 및) 그 여파가 얼마나 클지 추정하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면서도 “연준이 당초 생각했던 최종금리보다 더 낮아야 한다는 방향성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IB) UBS가 전격 인수한 크레디트스위스(CS)에 대해서는 “SVB를 비롯한 미국 지방 은행들과 비교하면 크고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