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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중소은행 주가 줄줄이 급락
4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 증시에서 팩웨스트 뱅코프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50.62% 폭락한 3.1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역대 최저다. 장중 2.48달러까지 떨어졌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를 본사로 한 팩웨스트는 그동안 퍼스트 리퍼블릭에 이은 위기 은행으로 지목 받아 왔다. 그런데 자산 매각을 포함한 전략적 옵션까지 검토하겠다고 하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한 것으로 읽힌다.
팩웨스트는 성명에서 “은행과 이사회가 계속해서 전략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27억달러 규모의 매각을 진행하고 있고 여러 잠재적 파트너·투자자와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27억달러 규모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매각예정자산(held-for sale)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블룸버그는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을 인용해 “팩웨스트가 매각을 포함한 전략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은행 분리, 매각, 자본 조달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퍼스트 리퍼블릭의 붕괴 수순과 비슷한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팩웨스트는 올해 1분기 예금 수신액이 50억달러 이상 줄었다고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공개했다. 팩웨스트에 대한 불안이 가속화면 언제든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
이외에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코메리카, 자이언스의 주가는 각각 38.45%, 12.26%, 12.05% 떨어졌다. 특히 애리조나주 피닉스를 거점으로 한 웨스턴 얼라이언스는 회사 전체 혹은 일부 사업의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가 나오면서 한때 60% 이상 폭락했다가, 회사 측이 이를 공식 부인하면서 낙폭을 줄였다. 웨스턴 얼라이언스는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5.73% 급락했다.
상업용 부동산 부실 ‘다음 뇌관’
‘월가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회장은 CNBC에 나와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하하기 전까지는 지역 은행 위기는 이어질 것”이라며 “더 많은 은행들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KBW의 톰 미쇼 최고경영자(CEO)는 “SVB가 36시간 만에 예금의 75%를 잃었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이 긴장하는 것 같다”며 “그것을 버틸 수 있는 은행은 없다”고 했다.
시장이 특히 다음 뇌관으로 꼽고 있는 곳은 상업용 부동산이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늘고 근래 구조조정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악성 대출이 많아지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건전성 우려에 따른 중소은행 뱅크런→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회수→상업용 부동산 강제 매각 혹은 추가 하락→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뱅크런 추가 가속화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가능성이다.
지역 중소은행들은 미국 내 전체 은행권 상업용 부동산 대출 가운데 7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깊숙이 개입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