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채무 문제로 채권자들로부터 시달리던 중 형이 모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저희 사남매는 아버지의 유일한 재산인 시가 4억원 상당의 집을 상속받았습니다. 저는 지난해에 5000만 원을 증여받기도 했고, 어차피 상속을 받아봤자 빚을 갚는 데 다 들어가기 때문에 상속분을 이전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사남매는 아버지가 지난해 저에게 사업자금을 지원하느라 친구 분한테 빌린 5000만원의 채무를 형이 갚는 조건으로 집을 형 단독 소유로 하는 상속재산 분할협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제게 돈을 빌린 채권자들이 제가 상속을 받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또 형이 상속재산 분할 협의내용을 지키지 않고 집만 가지고 아버지 친구 분에게 5000만 원을 갚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사연자의 형제들처럼 당사자들끼리 상속에 대한 협의를 하면 그 효력은 어떻게 되나요?
- 그렇다면 면책적 채무인수가 되는 건가요?
△면책적 인수란, 인수인이 종래의 채무자로부터 동일한 조건으로 채무를 인수하는 계약인데, 채권자가 동의해야 채권자에게도 효력이 미칩니다. 사연의 경우, 아버지 친구가 상속인들 간 합의 내용에 동의했다면 첫째에게만 채무 변제를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아버지 친구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다른 자녀들을 상대로도 채무 변제를 요구할 수 있고, 자녀들은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있다는 이유로 면책 주장을 할 수는 없습니다.
- 그렇다면 형이 약속을 어기고 채무를 갚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정리하면, 아버지 친구가 동의하지 않았을 경우 상속재산분할협의는 4남매 사이에서는 유효하지만, 아버지 친구를 상대로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만약, 첫째가 아버지 채무를 갚지 않아서 아버지 친구가 다른 자녀들을 상대로 돈을 갚으라고 청구하면 자녀들은 각자 상속 지분만큼 채무를 변제해야 하고, 그렇게 변제한 돈은 첫째에게 구상할 수 있습니다.
- 사연자가 상속을 받을 수 있었는데, 빚 때문에 상속을 받지 않은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요?
-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할 때 주의 할 점이 있다면요?
△사연의 경우 다행히 상속인들 간에는 원만히 합의가 이뤄진 듯 보이지만 실제로 상속분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상속인들 간 ‘감정다툼’입니다. 감정이 극한으로 치닫지 않도록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하는 점이 사실 가장 중요하고, 합의가 되면, 합의서를 꼭 남겨야 하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족 간 일이라 합의서를 남기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합의가 돼 도장까지 건넸는데 나중에 보니 합의 내용이 전혀 다른 내용이어서 문제가 된 사안도 있었습니다. 합의서를 꼼꼼히 살피고 서명, 날인해야 한다는 점도 유의하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양담소’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