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기 싫어 상속 안 받았는데 괜찮을까요?[양친소]

[양소영 변호사의 친절한 상담소]
  • 등록 2024-10-13 오전 7:26:26

    수정 2024-10-13 오전 7:26:26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백수현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4년 가사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출연
자금난을 겪던 지난해 아버지로부터 5000만 원을 받아 사업자금으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채 사업을 접게 되었습니다. 결국 재산을 모두 처분해 채무를 갚으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남아 있는 채무가 1억 원입니다.

제가 채무 문제로 채권자들로부터 시달리던 중 형이 모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저희 사남매는 아버지의 유일한 재산인 시가 4억원 상당의 집을 상속받았습니다. 저는 지난해에 5000만 원을 증여받기도 했고, 어차피 상속을 받아봤자 빚을 갚는 데 다 들어가기 때문에 상속분을 이전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사남매는 아버지가 지난해 저에게 사업자금을 지원하느라 친구 분한테 빌린 5000만원의 채무를 형이 갚는 조건으로 집을 형 단독 소유로 하는 상속재산 분할협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제게 돈을 빌린 채권자들이 제가 상속을 받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또 형이 상속재산 분할 협의내용을 지키지 않고 집만 가지고 아버지 친구 분에게 5000만 원을 갚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사연자의 형제들처럼 당사자들끼리 상속에 대한 협의를 하면 그 효력은 어떻게 되나요?

△상속인들은 재산뿐만 아니라 채무도 포괄적으로 승계합니다. 따라서 아버지 채무는 4남매가 상속지분대로 나눠서 갚아야 할 부분이지만, 이걸 첫째가 혼자 갚기로 하고 대신 첫째에게 집을 분할하기로 상속인들 간에 합의를 한 겁니다.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상속인들 간에 합의가 이뤄지기만 하면 어떤 내용으로 하던지 제한이 없어서 이러한 합의도 당연히 효력이 있습니다.

- 그렇다면 면책적 채무인수가 되는 건가요?

△면책적 인수란, 인수인이 종래의 채무자로부터 동일한 조건으로 채무를 인수하는 계약인데, 채권자가 동의해야 채권자에게도 효력이 미칩니다. 사연의 경우, 아버지 친구가 상속인들 간 합의 내용에 동의했다면 첫째에게만 채무 변제를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아버지 친구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다른 자녀들을 상대로도 채무 변제를 요구할 수 있고, 자녀들은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있다는 이유로 면책 주장을 할 수는 없습니다.

- 그렇다면 형이 약속을 어기고 채무를 갚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정리하면, 아버지 친구가 동의하지 않았을 경우 상속재산분할협의는 4남매 사이에서는 유효하지만, 아버지 친구를 상대로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만약, 첫째가 아버지 채무를 갚지 않아서 아버지 친구가 다른 자녀들을 상대로 돈을 갚으라고 청구하면 자녀들은 각자 상속 지분만큼 채무를 변제해야 하고, 그렇게 변제한 돈은 첫째에게 구상할 수 있습니다.

- 사연자가 상속을 받을 수 있었는데, 빚 때문에 상속을 받지 않은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요?

△돈을 빌려 간 채무자가 일부러 상속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지분을 다른 상속인에게 모두 양도하고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채권자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상속인의 상속 포기 등이 채권자에 대해 사해 행위가 되는지가 문제 되는데, 우리 법원은 상속 포기는 애당초 상속인의 지위를 처음부터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사해 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지만, 상속재산분할은 상속인들이 공유하는 재산을 분배하는 법률행위이기 때문에 만약 자신의 지분을 다른 상속인에게 넘긴 분할 결과가 채무자 자신이 받게 될 구체적 상속분에 미달하는 경우 사해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상속재산분할협의의 결과가 또 다른 분쟁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할 때 주의 할 점이 있다면요?

△사연의 경우 다행히 상속인들 간에는 원만히 합의가 이뤄진 듯 보이지만 실제로 상속분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상속인들 간 ‘감정다툼’입니다. 감정이 극한으로 치닫지 않도록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하는 점이 사실 가장 중요하고, 합의가 되면, 합의서를 꼭 남겨야 하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가족 간 일이라 합의서를 남기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합의가 돼 도장까지 건넸는데 나중에 보니 합의 내용이 전혀 다른 내용이어서 문제가 된 사안도 있었습니다. 합의서를 꼼꼼히 살피고 서명, 날인해야 한다는 점도 유의하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상담내용은 유튜브 ‘양담소’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양소영 변호사의 생활 법률 관련 상담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법률 분야 고충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세요. 기사를 통해 답해 드리겠습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무안공항 여객기 잔해
  • 시선집중 ♡.♡
  • 몸짱 싼타와 함께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