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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맹공…對이란 ‘최대 압박전략’
미국 백악관은 22일(현지시간)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월초 만료되는 ‘중대한 제재 유예조치’를 더는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같은 날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오늘 미국은 현 이란 원유 수입국들에 대한 추가 제재유예조치를 다시 발효하지 않을 것을 공표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 등 미 언론들은 “이란의 원유수출을 ‘제로화’(O)해 주 수입원을 차단하려는 조치”라고 풀이했다.
미국의 조치는 지난 8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외국 정규군 중 처음으로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한 데 이은 것으로, 일종의 ‘최대 압박전략’의 연장선상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와 우리의 동맹국들은 대이란 최대 경제압박 전략을 유지 및 확대하는데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이는 미국과 그 파트너, 동맹국, 중동의 안정을 위협하는 이란 정권의 행위를 종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오늘의 발표는 성공한 우리의 압박 전략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 지도자들이 그들의 파괴적인 행동을 바꾸고 이란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며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때까지 이란 정권에 대한 최대 압박을 지속적으로 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의 알리레자 탕시리 사령관은 이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익을 얻지 못한다면 (원유 수송로인) 이 전략적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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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현대오일뱅크와 SK인천석유화학, SK에너지, 한화토탈 등 4개 기업과 콘덴세이트(초경질유)를 가져와 쓰는 SK인천석유화학과 현대케미칼, 한화토탈 3개 기업 등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데 있다.
이란산 원유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국가 원유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또 이란 초경질유의 경우 나프타 함유량이 70%를 상회하는 등 품질이 좋다. 한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지속적으로 줄여왔지만, 여전히 이란이 차지하는 비중은 8.6%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미국, 이라크에 이어 5번째로 많다. 초경질유의 경우 5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는 없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더는 어떠한 면제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제로’로 간다”고 단언했다.
다만, 정부는 국내에 미칠 영향을 제한적이라고 봤다. 정유·석유화학업계가 이미 대체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카타르 등 대체 시장을 활용하거나 초경질유 대신 이를 가공한 나프타를 수입하는 방법이 있다. 실제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반년 동안 이란산 원유 수입이 사실상 중단됐고, 특히 이 중 9~12월은 수입량이 제로였으나 그 파장은 미미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란산 초경질유 수입 중단 가능성을 고려해 이전부터 업계와 긴밀히 대책을 논의해 왔고 단기적으로는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산 원유를 대체재를 모색하는 등 (미국의 대이란 제재) 장기화에 대비해 대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커질 수밖에 없는 국제유가의 변동성에 따른 물가 상승, 이로 인한 소비·투자 위축 등으로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백악관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세계의 3대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 우리의 우방 및 동맹국들과 함께 국제 석유 시장이 적절한 공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2.42% 급등한 배럴당 65.45달러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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