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금융위기 배제 못한다…40兆 부어도 美 증시 약세

  • 등록 2023-03-18 오전 5:04:32

    수정 2023-03-18 오전 5:07:29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또 큰 폭 하락했다. 미국 주요 은행 11곳이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우려를 낳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자금을 지원하고 나섰지만, 금융 시스템 위기를 둘러싼 공포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스위스계 대형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설까지 이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가라앉았다.

(사진=AFP 제공)


17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20% 하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10% 내렸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76% 떨어졌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약세 압력을 받았다. 이례적으로 민간으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은 퍼스트리퍼블릭을 향한 불안이 이어지면서 투심이 악화했다.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한 미국 11개 은행들은 전날 장 막판 성명을 통해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달러(약 40조원)를 투입해 공동으로 구제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이번 조치는 미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이를 막후 조율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고, 위험자산 선호 역시 살아났다.

그러나 장 마감 후 퍼스트리퍼블릭이 배당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다시 불안은 커졌고, 이날 장 초반부터 폭락하기 시작했다.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이날 32.94% 폭락한 22.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웨드부시증권은 퍼스트리퍼블릭의 목표 주가를 5달러로 하향 조정하면서 “가능한 두 가지 시나리오는 다른 곳에 인수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대형 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을 직접 지원한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적잖이 나왔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은 “이번 개입이 전이 위험을 확산했다”며 “퍼스트리퍼블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대형 은행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처럼 시스템이 무너질 리스크가 커졌다는 의미다.

미국 4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등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6.04% 내렸다. 위기설이 돌았던 CS 역시 약세를 보였다. CS 주가는 이날 스위스 증시에서 8.01% 급락했다.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키스 뷰캐넌 선임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주말을 앞두고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며 “시장은 주식을 보유하는데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브룩스 맥도널드의 에드워드 박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다음은 누구인가’ 라는 분위기가 시장에 있다”며 “심리가 매우 취약해졌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설명을 통해 SVB와 시그니처은행 등의 폐쇄와 관련해 “부실 은행의 경영진을 더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입법을 강화해야 한다”며 “규제당국이 잘못된 경영과 과도한 위험 감수로 부실해진 은행의 경영진의 보수를 환수하고 이들이 다시는 은행업에 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더 쉬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별도 자료까지 내고 “의회가 SVB와 시그니처은행 같은 부실 은행의 경영진이 주식 매각으로 얻은 차익 등 보수를 환수할 수 있도록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역시 큰 폭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분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36% 급락한 배럴당 66.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1년 12월 3일 이후 가장 낮다. WTI 가격은 금융 시스템 리스크 확산에 따른 투심 악화에 이번주에만 무려 12.96% 내렸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모두 약세를 보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33% 내렸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43% 떨어졌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는 급격히 높아졌다. 뉴욕채권시장부터 강세를 보였다(채권금리 하락).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3.804%까지 내렸다. 전거래일과 비교해 32bp(1bp=0.01%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이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382%까지 떨어졌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다음주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로 쏠린다. 시장은 연준이 이번달 기준금리를 25bp 올리는 베이비스텝에 나설 것이라는데 다소 기울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과 함께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추후 연준의 결정에 따라 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날 관심을 모은 미시건대 기대인플레이션은 다소 하락했다. 미시건대에 따르면 이번달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3.8%를 기록했다. 전월(4.1%)보다 하락했다.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다. 5년 기대인플레이션은 같은 기간 2.9%에서 2.8%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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