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뿐만 아니다. 15세 이상 인구로 나눈 1인당 부보예금은 24년 전 15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6500만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진국이 될수록 가계 금융자산이 급격히 늘어나는 경향이 우리에게도 확인되고 있다. 보호한도 5000만원 수준은 24년 전에는 대중에게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지만 지금은 아닌 것이다. 그 결과 금융소비자가 여러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불편을 겪고 있고 비보호예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5000만원 초과 비보호예금이 1400조원(15세 이상 인구 1인당 3000만원)이라고 한다.
결국 보호한도 1억원 상향은 경제 선진화에 따른 금융자산의 급격한 성장과 자산양극화에 따른 비보호예금의 증가라는 나쁜 시그널로부터 금융안정을 지키는 동시에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예금보험료 인상과 전가, 그로 인한 머니무브라는 네거티브 피드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다. 당국도 보호한도 확대가 예금대지급 규모를 늘리고 기대파산비용을 높이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고민하고 있다. 보험료를 얼마나 조정할 것인가가 이슈인데 해외 사례나 국내 사정을 보면 반드시 비관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은 보호한도를 단번에 2.5배(25만달러)로 올렸으나 보험료율 인상은 아주 미미했으며 그 수준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비결은 보호한도 확대가 곧 보험료 인상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호한도를 상향해도 부실정리 비용은 최소비용원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25만달러씩 지급하는 보험금 대지급 방식은 인수합병(M&A), 자산부채이전(P&A) 방식에 비해 비용 비효율적인 정리방식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제도적으로도 예금보험료율은 예보기금의 목표적립률의 함수이다. 적립률이 적정하면 보호한도정책과 관계없이 기준보험료율은 내려갈 수도 있다. 우리나라 예금보험료율체계 역시 미국식 차등보험료율체계를 따르고 있는 만큼 기준보험료율은 기금 적립 적정성에 영향을 받지 보호한도정책과 직접적, 단기적 관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경기가 회복되고 대출경쟁이 본격화하는 다음 경기회복국면이 되면 높아진 예금 보호한도가 제2금융권의 신용팽창과 자산증가에 날개를 달아줄 가능성이 있다. 시중은행이 제공하기 어려운 지역밀착형 관계금융과 서민금융의 성장이라는 긍정적 피드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보호한도 상향과 함께 제2금융권에 대한 금융감독과 예금보험 사전감시 역량을 선제적으로 강화해 시스템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