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호 한도 상향, 빠를수록 좋다[금융시장 돋보기]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등록 2024-12-16 오전 5:00:00

    수정 2024-12-16 오전 6:41:54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4년 만에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높이는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가능성을 줄이고 정보 열위의 금융소비자 보호가 목적이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부작용보다 이득이 큰 제도 개선으로 판단한다.

예금보험이 금융안정에 기여하려면 예금자를 안심시킬 만큼 보호한도가 충분하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 충분성은 뱅크런의 방패막이로서 예금보험제도의 실효성과 신뢰성을 위해 중요한 요건이다. 알려진 대로 24년 전 설정한 예금보호한도 5000만원을 지금의 경제규모로 판단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1.2배 수준으로 미국(3.1배), 영국(2.2배) 같은 선진국보다 상당히 낮다. 경제는 선진국인데 금융소비자보호는 왜 이렇게 약한가 합리적 의구심을 가질 만한 수준이다. 단순히 그간의 인플레이션(누적 75%)만 고려해도 24년 전 5000만원은 적어도 8800만원으로 상향됐어야 현재 시점에서 경제적으로 구매력 등가의 보호한도가 된다.

그 뿐만 아니다. 15세 이상 인구로 나눈 1인당 부보예금은 24년 전 15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6500만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진국이 될수록 가계 금융자산이 급격히 늘어나는 경향이 우리에게도 확인되고 있다. 보호한도 5000만원 수준은 24년 전에는 대중에게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지만 지금은 아닌 것이다. 그 결과 금융소비자가 여러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불편을 겪고 있고 비보호예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5000만원 초과 비보호예금이 1400조원(15세 이상 인구 1인당 3000만원)이라고 한다.

비보호예금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뱅크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 고액예금자일수록 더 많은 정보와 세심한 관심을 지닌 정보예금자(informed depositor)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유동성이나 신용사건에 선제적으로 반응하는 특징을 지닌다. 디지털금융시대에 고액예금자 보호가 예금보험의 중대한 도전이 되는 이유다. 특히 스마트 투자자가 많은 금융투자업권의 5000만원 초과 비보호예탁금 비중이 비교적 높은 점은 금융안정 관점에서 유의할 부분이다.

결국 보호한도 1억원 상향은 경제 선진화에 따른 금융자산의 급격한 성장과 자산양극화에 따른 비보호예금의 증가라는 나쁜 시그널로부터 금융안정을 지키는 동시에 금융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예금보험료 인상과 전가, 그로 인한 머니무브라는 네거티브 피드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다. 당국도 보호한도 확대가 예금대지급 규모를 늘리고 기대파산비용을 높이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고민하고 있다. 보험료를 얼마나 조정할 것인가가 이슈인데 해외 사례나 국내 사정을 보면 반드시 비관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은 보호한도를 단번에 2.5배(25만달러)로 올렸으나 보험료율 인상은 아주 미미했으며 그 수준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비결은 보호한도 확대가 곧 보험료 인상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호한도를 상향해도 부실정리 비용은 최소비용원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25만달러씩 지급하는 보험금 대지급 방식은 인수합병(M&A), 자산부채이전(P&A) 방식에 비해 비용 비효율적인 정리방식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제도적으로도 예금보험료율은 예보기금의 목표적립률의 함수이다. 적립률이 적정하면 보호한도정책과 관계없이 기준보험료율은 내려갈 수도 있다. 우리나라 예금보험료율체계 역시 미국식 차등보험료율체계를 따르고 있는 만큼 기준보험료율은 기금 적립 적정성에 영향을 받지 보호한도정책과 직접적, 단기적 관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예금보험료율 인상이 최소화된다면 머니무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비보호예금의 상당 부분이 신용도가 높은 시중은행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 효과가 미미할 경우 보호한도 상향은 자금을 시중은행에 오히려 묶어두는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보호한도 상향이 긴축적 대출정책과 부동산 침체, 내수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경기하강국면에서 추진되는 것도 머니무브를 제약할 것이다. 제2금융권이 적극적인 수신경쟁을 펼칠 상황이 아닌 것이다. 지금이 금리인하 국면이기 때문에 위험자산과 예금 간 머니무브는 더더욱 미미할 것이다. 한마디로 현 단계에서 머니무브 우려는 미시적인 영업행위규제만으로도 관리가 가능해 보이며 보호한도 확대정책의 큰 장애 요인이 아닌 것 같다.

다만 경기가 회복되고 대출경쟁이 본격화하는 다음 경기회복국면이 되면 높아진 예금 보호한도가 제2금융권의 신용팽창과 자산증가에 날개를 달아줄 가능성이 있다. 시중은행이 제공하기 어려운 지역밀착형 관계금융과 서민금융의 성장이라는 긍정적 피드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보호한도 상향과 함께 제2금융권에 대한 금융감독과 예금보험 사전감시 역량을 선제적으로 강화해 시스템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 트랙터 진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