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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년 경방의 경우 탄핵정국에 발표된다는 점에서 예년과는 여건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의 4개 축으로 △대외신인도 제고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대응 △튼튼한 산업체질로의 전환 △민생안정을 위한 정책 강화를 제시했다. 최 부총리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역동경제’는 일단 큰 틀의 방향에선 빠졌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국내 탄핵정국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높은 지금은 경제의 활력보다 위기 관리가 더 우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걸로 보인다.
정부가 특히 공들이는 건 대외신인도 관리다.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불안이 계속되는 형국이어서다. 비상계엄 후폭풍에 폭락했던 한국 증시가 국회에서의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고 있단 점이 대표적이다.
이에 외국인투자 인센티브 강화책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설명회 등을 통해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이 견조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 최근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로 급등함에 따라, 외환 대응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방 발표 전부터 관가엔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2016년 말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2017년 경방을 발표했던 사례와 ‘판박이’처럼 똑같이 상황이 흘러갈 수 있단 인식이 번지면서다.
2016년 말 지금처럼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발표됐던 ‘2017년 경방’은 불과 반년 뒤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았다. 이번에도 만일 윤 대통령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된다면 내년 상반기 내 대선이 치러칠 수 있고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곧장 새 경제정책방향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부처 한 공무원은 “탄핵 후 새 정부에선 경제정책이 바뀐다는 걸 공무원과 국민 모두가 ‘학습효과’로 알고 있다”며 “이 시국에 의욕적으로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긴 쉽지 않다.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다른 공무원은 “6개월 뒤에 다시 짜야 할 수 있는데 실현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정책들을 내놓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엄중한 경제상황을 감안, 내년 경방엔 민생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이날 물꼬가 트인 여야정협의체에 경방을 안건으로 올려 ‘6개월용’이란 한계를 깨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악화 우려가 계속 커지는 비상 체제인 만큼 윤석열정부 경제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이 아닌 강력한 민생안정대책에 초점을 둔 경제정책방향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내년 상반기엔 자영업자 폐업률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있다”며 “추경을 포함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을 충실히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최상목 부총리가 역설적으로 ‘과거 경험’을 토대삼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를 표한다. 최 부총리는 8년 전엔 박근혜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을 거쳐 기재부 1차관으로, 이번엔 윤석열대통령실 경제수석을 거쳐 기재부 장관으로서 경방을 수립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팔자로 치면 참 기구하다”는 말을 들은 이유이기도 하다. 안종범 정책평가연구원장은 “경제관료들은 위기 대처 능력으로 평가받는데, 최 부총리는 차관 시절 비슷한 상황을 겪었고 이번에도 상당한 위기를 극복해냈다”며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위기극복 방안을 제시하리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