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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불확실하다.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부총리 입장이 신중론으로 돌아서면서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할 지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경유세 인상 여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논의하는 결과에 달려 있다. 담뱃세는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다만 야당과 여당 일각에선 인하 필요성이 제기된다.
종교인 과세? “내년 시행”→“고민 중”
우선 언론마다 엇갈린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2일 발표한 200여쪽에 달하는 2017년 세법 개정안 보도자료에는 종교인 과세, 경유세, 담뱃세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보면 큰 무리 없이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특히 종교인 과세에 대한 입장은 신중론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는데 고민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발언만 놓고 보면 분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 6월 인사청문회 후보자 서면답변서에서 “종교인 과세는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결정된 사항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는 동 제도의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유예불가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지난 6월 7일 청문회에서 종교인 과세에 대해 질문을 받자 “세정당국 입장에서는 내년에 시행하기로 돼 준비하고 있지만 여러 고려할 요인이 많아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차질 없이 시행”에서 “종합 검토”로 입장이 다소 바뀌었다.
경유세 인상? “전혀 없다”→“현 단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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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 정부 측 발언은 달라졌다. 고형권 1차관은 지난달 11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 및 소득재분배 개선을 위한 조세정책’ 토론회(주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축사를 끝내고 기자들과 만나 ‘경유세 인상 여부에 대한 기재부 입장’에 대해 질문을 받자 “현 단계에서는 인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고 차관은 ‘향후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영원히 이 세상에서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되고 하는 영원한 것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 발언만 놓고 보면 경유세 개편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입장을 밝힌 이후 기재부가 현재까지 경유세 개편 여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내용은 없다.
◇담뱃세 인하? 정부 “유지”, 野·박영선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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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인하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다만 정치권 논의 결과에 따라 담뱃세가 조정될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한 갑당 4500원인 담뱃값을 약 2500원 정도로 내리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홍준표 대표는 “민주당은 반대하고 있지만 서민 감세 차원에서 우리는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김 부총리 청문회에서 “담뱃세 같은 즉흥적이고 서민 호주머니를 훑는 정책은 균형 차원에서 재고해야 한다”며 “지난 정부가 잘못했던 부분을 약간 교정하는 차원에서도 약간의 담뱃세 인하는 필요한 게 아닌가”라며 인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종교인 과세·경유세·담뱃세 개편 여부를 왜 명확하게 결론 짓지 못할까.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권 하반기로 갈수록 문 대통령의 현 지지율이 유지될 수 없다. 그런데 종교인 과세로 종교인 이탈까지 생기면 정권으로선 골치 아픈 일”이라며 “경유세는 미세먼지 감축 약속과 공약재원 마련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세법 논의가 정치권 입장에 따라 술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올해 정기국회에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해 2020년부터 시행하는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던 김 부총리는 최근 입장을 바꿔 소득·법인세 명목세율을 조정, ‘부자 증세’에 나섰다. 여당은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야당과 업계에선 경제 메시지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가 종교인 과세, 경유세, 담뱃세에 일관된 입장을 고수할까. 하반기 세법 논의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