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 앞두고 길어지는 박스피…외국인은 건설주 야금야금

코스피, 6거래일째 2300선
'베이비스텝' 유력…금융 시스템 불안감은 여전
외인, 삼성SDI 이어 두산밥캣·삼성엔지니어링 바구니에
견조한 수주에 외형 성장 기대감 부각
  • 등록 2023-03-22 오전 5:30:00

    수정 2023-03-22 오전 5:30:0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코스피 지수가 지루한 박스권에 갇혔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시스템 불안이 증폭되면서 6거래일째 2300선에 갇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 초 상승랠리를 주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강해지면서 매도세가 이어진 탓이다. 다만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도 발을 빼는 상황에서도 건설주는 야금야금 사들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견조한 수주잔고가 예상되면서 외형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코스피, 6거래일째 2300선 ‘박스피’

2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15포인트(0.38%) 오른 2388.35에 거래를 마쳤다.

크레디트스위스(CS)와 UBS의 합병 소식에 미국과 유럽 증시가 상승 마감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안도감이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2370선까지 내려앉았던 지수는 장중 2390선을 찍었으나 안착에는 실패했다. 장중 원화 강세폭이 축소되며 지수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이날 553억원을 포함 이틀간 2631억원어치 물량을 던졌다. 이달 초부터 이날까지 순매도액은 1조1092억원에 달한다. 지난 10일 SVB 파산 이후 ‘팔자’로 전환 순매도액이 급격하게 불어났다. 2300선에 갇힌 지루한 박스피는 지난 10일부터 6거래일째 이어지고 있다. CS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서다. 전날 UBS가 CS를 전격 인수합병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CS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관망세는 오히려 짙어지는 양상이다. 은행권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오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이번달 25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 FOMC에서 25bp 인상 확률은 77.5%, 동결 확률은 22.5%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 17일엔 각각 62.0%, 38.0%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25bp 인상이냐 동결이냐를 놓고 시장 전망이 엇갈리면서 기준금리 결정 전까지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동결할 경우 현재의 위기가 제대로 통제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 신호를 시장에 보내거나 긴축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초래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월 FOMC에서 연준은 기존의 긴축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매파적인 미래 긴축 경로’를 베이스를 시나리오로 상정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3월에만 1.1조 순매도…건설주는 바구니에

이런 상황 속에서도 외국인들은 건설주를 야금야금 사들이고 있다. 이달 들어 두산밥캣(241560)삼성엔지니어링(028050)을 각각 1380억원, 102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순매수 1위 삼성SDI(3324억원) 다음으로 많이 산 종목들이다. 외국인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면서 두산밥캣 주가는 3월 초 대비 4.42%, 삼성엔지니어링은 10.72% 급등했다. 같은 기간 1.02% 하락한 코스피 지수 등락률을 가뿐히 따돌렸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수주의 질이 경쟁사 대비 양호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국내 건설사 중 국내외 플랜트, 토목 공사 수주풀이 가장 넓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올 하반기 북미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25억달러)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하일&가샤(15억달러) 등 다수의 수의계약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다. 상반기 중에는 입찰에 참여한 요르단 자르카(10억달러), 알제리 STEP(14억달러), 인도네시아 찬드라(7억달러) 등에서 가시적인 수주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은 연초대비 수익률 35%가 되면서 다소 가격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밸류에이션은 10~20% 저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두산밥캣 역시 견조한 수주잔고로 지난해 호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주가를 짓누르런 오버행(대량 물량 출회) 부담을 털어내며 재평가 받고 있다. 현재 회사의 재고 수준을 감안하면 올해 실적이 회사가 제시한 가이던스보다 나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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