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성과 먼 얘기"…2兆 유증 한화오션 7년 만에 첫 '매도' 의견

대규모 유상증자, 단기 주가 하락 불가피
중장기 사업 전망은 '긍정적'
신영증권, '매도'…삼성·교보·다올도 사실상 "팔아라"
"투자비 회수 2027년 이후에나 가능"
  • 등록 2023-08-25 오전 5:40:00

    수정 2023-08-25 오전 5:40:0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한화오션이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방산·해상풍력 성장전략을 제시했지만, 다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에 ‘매도’ 리포트도 등장했다. 한화오션이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을 활용해 사업역량을 강화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오는 2027년 이후에나 투자비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미래가치를 앞당겨 반영하는 건 무리수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한화오션(042660)은 전 거래일보다 150원(0.43%) 내린 3만3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장 초반 5.68%까지 떨어졌으나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낙폭을 축소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0억원, 35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71억원을 순매도했다.

한화오션은 전날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 가운데 절반가량인 9000억원은 방산 인프라 구축에 투자한다. 나머지는 친환경·디지털선박(6000억원), 해상풍력(2000억원), 스마트야드(3000억원)등에 투입한다. 해외 해양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을 마련하고, 친환경 연료 기반의 추진체계와 친환경 운반선, 자율주행 선박기술 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악재다.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돼 주식 가치를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다만 설비투자와 인수합병(M&A) 등 자금조달 목적이 미래성장을 위한 자금수혈일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 전액을 신규 투자에 투입, 사업역량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자금조달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달았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초격차 방산 중심의 대규모 투자의 회수 시점은 오는 2027년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자금 조달 효과를 고려해 미래가치를 앞당겨 오기에는 먼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화오션의 목표주가를 기존 4만3000원에서 30% 내린 3만원으로 조정하고, 투자의견도 ‘매도’로 낮췄다. 매도 리포트가 나온 건 옛 대우조선해양 당시 조 단위 적자가 누적되며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지난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삼성증권도 목표주가를 3만55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낮췄다. 조정한 목표가는 이날 종가보다 낮아 사실상 ‘매도’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이 설명한 투자의 집행과 성과가 실적에 반영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일반적인 주식 투자자들의 투자 기간을 훌쩍 넘어서고 다른 회사 인수 계획도 어느 정도 구체화한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라며 “당장은 대규모 신주가 높은 할인율로 발행됨에 따른 투자 심리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교보증권도 목표주가를 4만3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내리고, 투자의견을 단기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다올투자증권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하는 등 이날 보고서를 낸 증권사 9곳 중 5곳이 눈높이를 대폭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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