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을 보다 무릎을 탁 쳤다. 카지노에 갔다가 탈탈 털리고 나온 경험이 생각나서다.
여행지에서 재미로 들른 카지노에서 블랙잭 테이블에 앉았다. 100달러를 갖고 시작했는데, 몇 번 연속 딜러를 이기다 보니 100달러는 어느새 200달러가 됐다. 베팅을 너무 적게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통 크게 돈을 걸었으면 100달러는 300달러, 500달러가 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아쉽지만, 이 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갖고 있는 200달러를 500달러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이 목표를 채우기 위해 베팅 금액을 늘리기 시작했다. 10~20달러씩 걸던 판돈을 높여 50달러를 걸었다. 여섯 판만 이기면 목표 달성이다. 문제는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판을 내리 지자 200달러는 다시 100달러가 됐다. 이 때 일어났어도 됐다.
하지만 엉덩이 대신 움직인 건 망할 놈의 손가락이었다. 지갑에서 100달러를 더 꺼내 칩으로 교환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원금을 한 번에 찾으려고 100달러를 한 번에 걸었다. 이기면 200달러가 생기고, 200달러를 걸어서 또 이기면 400달러가 되고…. 희망회로가 분주하게 작동하던 순간, 세상에! 딜러는 또 블랙잭을 손에 쥐었다. 나는 100달러를 땄을 때 일어나지 못한 바람에 200달러를 잃고야 만 것이다.
도박에서 돈을 잃은 경험을 구구절절 이야기한 것은 도박과 투자가 어떤 면에서 비슷하기 때문이다.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점이 그렇고, 돈을 잃을 때까지 계속 한다는 점도 그렇다. 물론 우량한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것은 도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의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은 6개월이 되지 않는다. 게임 테이블에 판돈을 걸듯이 매일 사고팔고를 반복하는 투자자들도 많다.
“먹을맨치 먹었으면 눈 딱 감고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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