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맨치 먹었으면 눈 딱 감고 일어나라[데스크의 눈]

도박장에서 더 큰 돈 벌려다 손실 잦아
최근 일부 종목 이미 도박 영역에 들어서
운 좋게 수익 냈으면 익절할 용기도 필요
  • 등록 2023-07-17 오전 6:06:06

    수정 2023-07-17 오전 6:09:15

[이데일리 피용익 증권시장부장] “사람들이 왜 도박판에서 돈을 잃을까? 돈을 잃을 때까지 도박판에서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이야.”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을 보다 무릎을 탁 쳤다. 카지노에 갔다가 탈탈 털리고 나온 경험이 생각나서다.

여행지에서 재미로 들른 카지노에서 블랙잭 테이블에 앉았다. 100달러를 갖고 시작했는데, 몇 번 연속 딜러를 이기다 보니 100달러는 어느새 200달러가 됐다. 베팅을 너무 적게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통 크게 돈을 걸었으면 100달러는 300달러, 500달러가 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아쉽지만, 이 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갖고 있는 200달러를 500달러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이 목표를 채우기 위해 베팅 금액을 늘리기 시작했다. 10~20달러씩 걸던 판돈을 높여 50달러를 걸었다. 여섯 판만 이기면 목표 달성이다. 문제는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판을 내리 지자 200달러는 다시 100달러가 됐다. 이 때 일어났어도 됐다.

그런데 오기가 생겼다. 조금 전 쉽게 돈을 땄던 기억도 생생했다. 흐름만 잘 탄다면 400달러를 버는 건 눈 깜짝할 사이다. 이번에도 50달러를 베팅한 후 더블다운 찬스를 이용해 총 100달러를 걸었다. 나의 패를 까 보니 20. 블랙잭은 갖고 있는 카드의 숫자 합이 21에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20이면 웬만하면 이긴다. 그러나 졌다. 딜러는 21을 갖고 있었다. 블랙잭! 이제 마이너스(-) 100달러가 됐다. 자리에서 일어날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엉덩이 대신 움직인 건 망할 놈의 손가락이었다. 지갑에서 100달러를 더 꺼내 칩으로 교환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원금을 한 번에 찾으려고 100달러를 한 번에 걸었다. 이기면 200달러가 생기고, 200달러를 걸어서 또 이기면 400달러가 되고…. 희망회로가 분주하게 작동하던 순간, 세상에! 딜러는 또 블랙잭을 손에 쥐었다. 나는 100달러를 땄을 때 일어나지 못한 바람에 200달러를 잃고야 만 것이다.

도박에서 돈을 잃은 경험을 구구절절 이야기한 것은 도박과 투자가 어떤 면에서 비슷하기 때문이다.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점이 그렇고, 돈을 잃을 때까지 계속 한다는 점도 그렇다. 물론 우량한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것은 도박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의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은 6개월이 되지 않는다. 게임 테이블에 판돈을 걸듯이 매일 사고팔고를 반복하는 투자자들도 많다.

특히 이상 과열된 일부 종목은 누가 봐도 도박의 영역에 들어선 것 같다. 최근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 가격이 100만원을 넘어서자 몇십%, 몇백% 수익을 냈다는 투자자들이 인증 후기를 올린다. 그걸 보며 누군가는 조금 더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 또 누군가는 주가가 200만원이 될 것으로 믿으며 뒤늦게 돈을 붓는다. 이런 주식이 앞으로 몇 배 더 오를지, 아니면 반토막이 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영화에 나오는 이 대사를 투자자들도 기억하면 좋겠다.

“먹을맨치 먹었으면 눈 딱 감고 일어나라.”

피용익 이데일리 증권시장부장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완벽 몸매' 화사의 유혹
  • 바이든, 아기를 '왕~'
  • 벤틀리의 귀환
  • 방부제 미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