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中 기업도 ‘한국판 STO’ 주목하는 이유[최훈길의뒷담화]

금융위·금감원 참석 국내 첫 STO 포럼 열어보니
증권·블록체인·영화·게임·해운까지 뜨거운 열기
캐나다·中 기업도 참석할 정도로 글로벌 관심도
고민·우려도 있어… 당국·시장 활발한 소통 중요
  • 등록 2023-03-06 오전 6:06:00

    수정 2023-03-06 오전 6:06:00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렇게 많이 올지 몰랐네요.”

지난 2일 ‘이데일리 토큰증권발행(STO) 포럼’에 참석한 한 참석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포럼에는 200명가량의 기업인들이 참석했습니다. 이들 대다수는 2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STO 포럼에 집중했습니다. 서로 명함을 주고받는 등 활발한 네트워킹도 했고요. 일부 참석자는 포럼 후에 “금융당국과 만나 속 시원히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새로운 투자 트렌드를 느낄 수 있었다”는 평가도 했습니다.

STO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토큰(디지털자산) 형태의 증권(ST)을 발행하는 것입니다. 부동산·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담보로 토큰을 발행해 증권처럼 거래할 수 있습니다. 소액 쪼개기 투자를 하는 것이어서 ‘조각투자’와 비슷합니다. 투자자는 지분, 의결권, 이자, 수익금 등을 나눠 가질 수 있습니다. 금융위는 올해 상반기에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이를 전면 시행·허용할 계획입니다.

이데일리 STO 포럼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렸다. 이정엽(왼쪽부터) 블록체인법학회장을 좌장으로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디지털자산TF팀장, 홍재근 대신증권 신사업추진단장, 조찬식 펀블 대표,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가 ‘STO를 통한 금융혁신 과제와 대안’을 주제로 토론했다. 이번 포럼은 국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증권사, 조각투자 기업 등 STO 관련 기관·업계·학계가 처음으로 한 곳에 모여 STO 관련 논의를 한 것이다. (사진=노진환 기자)


법안 처리 시점 등 여러 불확실성 면이 있지만, 이번 포럼을 통해 분명한 몇 가지가 확인됐습니다. 첫째로는 STO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이 뜨겁다는 점입니다. 증권사나 금융투자 업계만 주로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증권사가 자체 STO 플랫폼을 만들거나 조각투자 기업을 인수하는 논의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증권사, 조각투자 기업만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기업들 면면을 보면서 놀랐습니다. 증권사, 조각투자뿐 아니라 은행, 보험사, 블록체인 기업, 거래소, 핀테크, 통신사, 발전사, 유통사, 게임사, PG사, 연구원,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 다양했습니다. 영화투자·예술 업계, 해운업계에서도 관심을 보였습니다. 각계각층의 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STO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봤기 때문입니다.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이사(디지털자산TF팀장)는 “STO는 부동산, 미술품, 한우, 음원, 채권뿐 아니라 웹툰, 선박, 지식재산권까지 발행 대상이 무궁무진한 장점이 있다”며 “제2의 기업공개(IPO)처럼 앞으로는 STO를 통해 기업자금을 모으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쪼개기 투자를 할 수 있는 새롭고 적합한 상품만 개발한다면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특히 글로벌 관심도 뜨거웠습니다. 캐나다와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도 이번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이는 STO가 블록체인 기반이기 때문에 쉽고 투명하게 안정적으로 글로벌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자동화 계약)는 위조·도난이 어려워 ‘계’처럼 떼일 염려가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조작되지 않고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장부를 만들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입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펀블’의 조찬식 대표는 “STO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게 되면 해킹에 뚫리기 어려워 보안성이 좋아지고, 신속한 거래로 효율성도 높아지게 될 것”이 “어느 증권사가 가장 빨리 STO 시장을 선점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지적했습니다. ‘구글은 검색’이라는 말처럼, ‘STO는 어디 증권사’라는 브랜드 효과를 얻으려는 발빠른 시도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다만 우려와 고민도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에선 초기에 유동성을 키워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금융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금융당국은 STO가 제2의 코인시장처럼 투자자 피해가 발생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제2의 크라우드 펀딩’, ‘또 다른 개인 간 거래(P2P)’처럼 초기 시장이 혼탁하게 될 우려, STO 열풍이 소문만 무성했다가 투자는 저조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물론 이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블록체인 기반 STO 제도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최초로 제도화하는 시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이 순항하고 시장이 살아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금융위 김주현 위원장과 김소영 부위원장, 금감원 이복현 원장과 함용일 부원장 등 당국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새로운 시도는 항상 어렵습니다. ‘왜 새로운 것을 시도해서 욕을 먹나’라는 관가의 시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도전 없이는 금융혁신은 이뤄질 수 없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해소하려면 자본시장을 살리는 제도개선이 꾸준히 이뤄져야 합니다. STO 정책도 이와 같은 제도개선의 일환입니다. 정책당국의 고민은 나눠야 줄어듭니다. 자본시장 활성화, 거래의 투명성·신뢰성, 투자자 보호까지 아우르는 묘책은 시장과 함께 소통하면서 찾아야 합니다. 금융위·금감원이 이번포럼에 참석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한 것처럼, 소통하는 정책 행보가 계속되길 기대해봅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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