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김치, 매운데 계속 생각나요"…美 10대 '솔 푸드' 자리 꿰찼다

[FTA시대 K농식품, 위기를 기회로]⑦
미국, 최근 농식품 주요 수출국으로 급부상
LA에 생긴 한국식 ‘한강라면’ 가게 인기 명소
‘불닭 챌린지’ 조회수 300억…“美 10대들의 소울푸드”
마트·식당 자리잡은 김치…“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 등록 2024-08-09 오전 5:00:00

    수정 2024-08-09 오전 5:00:00

[로스앤젤레스(미국)=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한국 예능에서 자주 나온 ‘한강라면’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로스앤젤레스(LA)에 있다고 해서 3시간을 달려왔어요. 매운맛과 달착지근한 맛이 어우러져서 먹고 난 후에도 계속 생각나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미국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즉식조리 라면가게인 슬럽앤십(Slurp&Sip)에서 직원이 라면 조리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사진=김은비 기자)
지난달 10일 미국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즉식조리 라면가게인 슬럽앤십(Slurp&Sip)에서 만난 알리사(Alisa·18)는 직접 끓인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먹으며 이같이 말했다. 평소 집에서 까르보불닭을 즐겨 먹는다는 그는 여름방학을 맞아 아빠와 함께 틱톡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가게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슬럽앤십은 한인 타운에 위치했지만,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한국식 라면을 먹어보고 싶어하는 외국인이었다. 익숙한 듯 라면을 집어든 뒤 파·떡·치즈 등 여러 토핑을 고르는 사람도 있었고,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직원에게 추천 라면부터 끓이는 방법을 차근차근 묻는 손님도 있었다.

이민 1.5세대인 이혜영 슬럽앤십 대표는 “너무 다양한 사람들이 가게를 방문해서 깜짝 놀랐다. 대부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고 왔다고 하더라”며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한국 음식을 먹으면 따돌림을 받기 쉬웠는데, 지금은 직접 찾아서 먹는다니 너무 신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롤랜드하이츠 지역에 위치한 코스트코에 진열된 농심의 신라면 및 삼양의 까르보불닭 모습(사진=김은비 기자)
‘불닭 챌린지’ 조회수 300억회 넘어…“美 10대들의 소울푸드”

미국인들이 한국음식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마늘·고춧가루 등 특유의 냄새가 강해 기피 대상이었던 한국 음식이 최근에는 ‘핫’한 음식이 되고 있다. 한류 확산에 따라 한국 드라마·예능에서 본 한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꾸준히 커진 영향이다. 특히 라면·김치 등 한국 특유의 얼얼한 매운맛이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음식을 맛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SNS에 ‘챌린지’ 형식으로 너도나도 매운맛 먹기에 도전하며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삼양식품(003230)의 ‘불닭’ 시리즈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삼양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온라인에서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유행을 끈 이후 최근까지 관련 콘텐츠 조회수만 300억회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인구가 79억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올해 미국에서는 유명 래퍼 카디비가 30분을 운전해 까르보불닭을 사 먹는 영상, 생일선물로 텍사스 소녀가 까르보불닭을 받고 눈물을 흘리는 영상 등이 SNS 수천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마트에서 ‘품귀’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같은 인기 덕에 올해 7월까지 미국으로 라면 수출액은 2억 285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1.1%가 늘었다. 삼양은 미국에 생산 공장이 있는 농심(004370)과 달리 전량을 한국에서 수출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LA 삼양아메리카 본사에서 만난 사라박(Sarah Park) 삼양아메리카 마케팅팀장은 “불닭이 미국 10대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소울푸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주 소비층을 보면 아직 아시아인이 절반가량으로 제일 많긴 하지만, 히스패닉도 35%가량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며 “주요 유통업체들에서 판매를 하고 있지만 현재는 생산량이 수요에 못 미쳐서 물량을 조절하면서 수급을 받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채널로 판매를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롤랜드하이츠 지역에 위치한 코스트코에서 중국계 미국인인 케빈(Kevin)이 대상의 종가 김치를 구매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은비)
주요 마트·식당 자리잡은 김치…“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김치도 라면과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는 품목이다. 지난달 12일 롤랜드하이츠 지역에 위치한 코스트코에 가자, 신선식품 한켠에 영어로 큼지막하게 ‘kimchi’(김치)라고 적힌 대상(001680)의 ‘종가’ 김치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10여분 간 매대 앞에서 지켜보니, 중국·필리핀·브라질 등 다양한 나라 출신의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김치를 집어갔다.

중국계 미국인인 케빈창(Kevin Chang)은 “면 종류를 먹을 때 김치를 곁들여 먹는걸 좋아한다”며 “1.2kg짜리 김치 한 통을 사면 보통 한달 동안 먹는다”고 말했다. 안영우 대상 아메리카 홍보 실장은 “올해 1월부터는 코스트코에서 맛김치에 이어 총각김치도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현지 식당에서 김치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코스트코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브런치카페 ‘팝핑욕’(Popping yolk)에서는 샌드위치·프렌치토스트 등과 함께 ‘스팸김치오믈렛’을 메뉴 중 하나로 선보이고 있었다. 계란으로 만든 오믈렛 안에 스팸, 김치, 치즈 등을 볶아서 넣은 요리다. 식당 관계자는 “10~20대가 주 고객인데, 식당의 인기메뉴 중 하나”라며 “특유의 매운맛이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김치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상의 종가는 올해 미국 매출액이 지난해(3500만 달러)보다 1000만 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종가는 현재 코스트코, 트레이더조, 월마트 등 미국 주요마트에 납품하고 있다. 안 실장은 “아직 미국인들이 맛본 김치는 한두 종류에 불과하다”며 “종가는 백김치·파김치·열무김치 등 다양한 김치를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본다”고 강조했다.

※제작 지원: 2024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 사업

LA에 위치한 브런치카페 ‘팝핑욕’(Popping yolk)에서 판매하고 있는 ‘스팸김치오믈렛’(사진=김은비 기자)
미국 월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럭키푸드의 백김치와 맛김치. 대상은 지난해 현지 김치업체인 럭키푸드를 인수했다.(사진=김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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