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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가 파죽지세다.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지수가 지난 4일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4만선 고지를 돌파했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34년만에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주도하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과 일본 반도체 기업의 주가 동조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주 못지않게 강세장을 떠받치는 요인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일본 금융 당국이 주도하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프로그램이다. 도쿄거래소는 지난해 3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 프라임과 스탠더드 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 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프라임시장 상장사 절반이 넘는 673사(59%)가 공시를 완료하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BR이 1배 미만인 회사들의 참여도는 더 높았다. 0.5배 미만은 68%가 검토를 하거나 이미 공시를 마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빅4 손보사들이 끈끈한 관계를 바탕으로 기업용 보험료를 담합했던 혐의가 드러나자 금융 당국은 곧바로 메스를 댔다. 담합 재발 방지책 마련과 함께 정책보유주 매각을 요구하는 등 기업구조 개선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토요타 그룹 등 다른 상장사들도 정책보유주 매각과 지분 매각 자금을 활용한 투자 계획을 내놓거나 검토하는 등 연쇄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시하라 본부장은 “금융당국이 손해보험 대기업에 정책 보유 주식 매각 가속화를 요구한 것은 의미심장하다”며 “보험, 은행, 도요타 그룹이라는 큰 바위에 메스를 들이댔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자본 효율성 제고를 요구하는 도쿄증권거래소 개혁에 부응해 기업들이 성장에 대한 투자와 사업 포트폴리오 재검토에 나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기업들의 노력 못지 않게 정부의 관리·감독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규제 당국은 지배주주의 권한을 줄이는 것 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일 조나단 파인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짚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 여부는 당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기업가치 제고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꾸준히 해소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밸류업 프로그램이 지속성을 가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보완책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