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역에 갇힌 반쪽 규제혁신

중기부, 비수도권 광역지자체에 2개 특구 지정 계획
글로벌 혁신특구 조성, 지역적 제한 아쉬워
규제, 지역별이 아닌 산업별 특수성으로 해결해야
수도권 생성 부가가치, 비수도권으로 확산시켜야
  • 등록 2023-06-16 오전 6:30:00

    수정 2023-06-16 오전 6:30:00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5월 31일 ‘글로벌 혁신 특구’를 조성하기 위한 지정계획을 공고한다고 밝혔다. 미래 신기술, 첨단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한국형 혁신 클러스터가 조성될 수 있도록 오는 10월까지 비수도권 광역지자체에 두 개의 특구를 지정할 계획이다. ‘글로벌 혁신 특구’는 미래기술 분야의 신제품 개발과 해외 진출을 위해 기존 규제자유특구를 고도화하고 확대 개편한 것으로, 국내 최초로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가 적용된다.

다만 서울과 경기, 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두 곳이라는 지역적 제한을 두고 글로벌 혁신 특구가 조성된다는 점은 아쉽다. 핀테크, 바이오 및 의료, AI, 빅데이터 등의 첨단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스타트업이 이미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수도권 광역지방자치단체 두 곳만 글로벌 혁신 특구로 지정하는 것은 그 효과 역시 매우 제한적이거나 특별한 실익이 없다는 우려에서다.

규제 문제는 지역별이 아니라 산업별로 그 특수성에 맞춰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 지난해 글로벌 창업생태계 분석기관인 美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이 발표한 글로벌 창업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280개 도시 중에서 ‘창업하기 좋은 도시’ 10위를 기록했다. 그 요인으로는 서울시가 투자유치 전담기구인 ‘서울투자청’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해외 투자를 진행한 점, 핀테크(여의도), 바이오의료(홍릉), 인공지능(양재) 등 산업별 클러스터를 육성해 혁신 기술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속화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이 아니라 비수도권 광역지자체 두 곳에 한정한 특구 지정은 다수의 스타트업이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규제자유특구는 산업과 지역을 매칭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블록체인은 부산, 스마트 안전제어는 충북, 수소 그린 모빌리티의 경우 울산, 자율주행실증은 세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렇게 범위를 한정하면, 정작 스타트업이 있는 수도권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지정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다.

규제 혁신 정책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지역 격차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보고 특정 지역에 한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적 제한 없이 첨단 산업 분야 전반에 대해 규제 혁신을 단행해,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수도권에서 생성되는 부가가치를 비수도권까지 확산시켜 지역별 격차를 해결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별 격차 해소와 규제 문제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잃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 서울을 비롯한 한국 주요 도시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요 첨단 산업의 규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현재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한시적’이라는 시간적 한계가 있고, 규제자유특구 역시 ‘특정 지역’에 한정된다는 지역적인 한계가 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규제 혁신이 절실한 분야부터 산업별로 규제를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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