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인수 적임자"…UBS, 에르모티 '구원투수' 영입(종합)

UBS, 차기 CEO에 에르모티 선임…내달 5일부터 업무
2011년 위기 때 '구원투수'로 취임…9년간 회사 이끌어
시장, 에르모티 영입 반겨…UBS 주가 4% 가까이 급등
  • 등록 2023-03-30 오전 12:47:15

    수정 2023-03-30 오전 12:47:15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방성훈 기자] 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과거 회사를 위기에서 구했던 세르지오 에르모티 전 최고경영자(CEO)를 ‘구원투수’로 다시 영입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잇따를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 중책을 맡기기 위해서다.

세르지오 에르모티 전 UBS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UBS는 이날 성명을 통해 현재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스위스리(Swiss Re) 이사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에르모티를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에르모티는 다음달 5일부터 CEO로서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에르모티는 지난 2011~2020년 9년간 CEO로서 UBS를 이끌었던 인사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금융사들의 경영 환경이 악화한 와중에 UBS 영국 런던지사 소속 파생상품 트레이더의 임의 매매로 20억달러(약 2조 6000억원)의 손실까지 입었을 때 처음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UBS는 당시 리보금리(런던 은행간 금리) 조작 혐의까지 겹쳐 시장 신뢰도가 추락한 상태였다. 그는 취임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경영 전략 재조정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냈고, 9년간 회사를 이끌며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선임 역시 UBS가 에르모티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보여준다는 평가다. UBS 입장에서 CS 인수는 호재가 될 수도 있고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스위스 2위 은행을 합병하면서 덩치를 더 키워 세계 최대 투자은행(IB)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잇단 투자 실패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CS의 부실을 떠안는 과제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 수행하는 것은 랄프 하머스 현 CEO보다 에르모티가 적임자라고 UBS는 판단한 것이다.

에르모티는 세계적인 증권사인 메릴린치에서 18년간 재직했다가 2005년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 투자부문장으로 옮겼다. 이후 2011년 4월 UBS의 유럽·중동 사업 부문장으로 들어갔고, 그해 CEO 자리까지 올랐다.

콤 켈러허 UBS 이사회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CEO 교체 결정에 대해 “에르모티는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어난 가장 큰 거래(CS 인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에르모티는 다만 “성급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몇 달만 기다려 달라”고 말을 아꼈다.

하머스 현 CEO는 당분간 회사 고문으로 일할 예정이다. 그는 “스위스와 (CS 인수 이후의) 새로운 통합 법인, 이해관계자 등의 이익을 위해 물러나기로 했다”며 “에르모티가 성공적으로 다음 단계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번 에르모티 영입을 시장은 반기는 분위기다. 스위스 증시에서 UBS 주가는 장중 4% 가까이 급등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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