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를 누르면 달려오는 일상 속 숨은 영웅들. 화재 진압과 재난·재해 발생 시 구조 활동을 수행하는 소방관은 그 역할에 따라 화재진압대원, 구조대원, 구급대원으로 나뉜다. 그들의 헌신과 희생, 활약상을 ‘소방인(人)’을 통해 재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2022년 3월 20일 새벽 당시 야간 근무를 하던 창원소방본부 소속 이승훈(32) 소방교(현재 소방위)는 임산부가 진통을 느끼고 아이가 태어날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이 소방위는 산모의 양수가 흘러내린 것을 보고 출산이 임박했음을 직감하고 동료들에게 진료 가능 병원과 연락하고 의료 지도를 받을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새벽 6시쯤 병원으로 향하는 창원시 의창구 도로 위 구급차 안에서 새 생명을 두 손으로 받아냈다.
| 이승훈(32) 창원소방본부 소방위는 구급대원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으로 2년전 구급차에서 신생아를 받아냈을 때를 꼽았다. (사진=소방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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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방위는 “정말 특별한 순간을 경험했다”며 구급대원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산모는 두 번째 임신이었고 병원으로 가던 중 진통이 너무 심해 인근 산부인과에 들렀지만 해당 산부인과는 난임전문치료 병원인 탓에 최후의 선택으로 119에 신고한 상황이었다.
그는 “아이를 직접 받아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순간, 정말 가슴이 벅차올랐다”며 “병원에 도착했을 땐 아이와 산모 모두 안정된 상태였고 보호자분들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주셨을 때 그동안의 고단함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소방공무원은 이 소방위의 어릴 적 꿈이다. 소방관을 꿈꿨던 그는 화재진압대원과 구급대원을 놓고 진로를 고민하다가 아픈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대학에서도 응급구조학과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전 응급구조사 1급 자격증을 따게 되면서 특채로 2017년 7월 구급대원으로 정식 임용됐다.
구급대원으로서 가장 속상할 때는 환자들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때다. 그는 “요즘 정보화 시대이다 보니까 환자분들이 너무 잘 알고 계셔서 ‘그 병원은 안 되고 이 병원으로 가달라’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왜 이거 밖에 못하느냐’, ‘빨리 안 가느냐’고 지적할 때 자괴감에 빠질 때가 있다”고 했다. 주취자(취객)들이 폭력을 쓰면서 난동을 부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반면 가장 보람찰 때는 대원들이 구조한 사람이 예후가 좋다거나 보호자들이 “고맙다”고 말 한마디를 해줄 때다. 이 소방위는 “구급대원은 장비는 물론 감정에 대한 정비도 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한 상태로 출동을 많이 한다”면서 “그런데 ‘고맙다’는 말씀을 주시거나 격려를 해주시면 다른 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소방대원들이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불쌍하다’,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는 시선보다는 ‘멋있다’, ‘존경한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 이승훈(32) 창원소방본부 소방위.(사진=소방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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