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수면행동장애는 잠을 잘 때 꾸는 꿈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만성 수면질환이다. 정상적인 렘수면 동안에는 근육이 이완돼 몸을 움직일 수 없지만,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근육이 마비되지 않고 긴장돼 자는 동안 소리를 지르거나 발로 차고, 주먹을 휘두르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며, 주변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렘수면행동장애는 발병 후 12년 내에 73.5%가 파킨슨병, 루이소체치매, 다계통위축,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진행될 뿐 아니라, 렘수면행동장애 전구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도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이를 조기에 선별해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공동연구팀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렘수면행동장애와 그 전구증상의 유병률 및 임상적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를 진행, 지역사회 코호트(KoGES-Ansan)에 포함된 1075명(나이 60.1±7.0세, 범위 50~80세, 남자 53.7%)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와 렘수면행동장애 선별검사 설문지(RBDSQ), 전문의에 의한 병력 청취를 시행해 분석했다.
또한, 연구팀에 따르면 렘수면행동장애의 전구증상인 렘수면무긴장 소실과 꿈-행동화 사이 상관관계는 그다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전구증상 간 임상적인 특징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뜻하며, 연구팀은 각 전구증상에 대한 별도의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렘수면행동장애 전구증상에서 렘수면행동장애 및 주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역 사회 코호트를 기반으로 일반 인구에서 렘수면행동장애와 그 전구증상의 실제 특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향후 전구증상 이후 렘수면행동장애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의 진행을 예측할 수 있는 인자를 발굴해 적극적으로 질병을 선별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신철 교수(고려대학교 인간유전체연구소장)는 “렘수면행동장애는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진행을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라며, “금번 연구 결과는 이러한 렘수면행동장애 뿐만 아니라, 그 전구 증상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관리와 추적관찰의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신경과학 분야 상위 5% 이내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Neur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