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세계 누빈 베테랑 외교관…복합 위기 대응 앞장선다[차관열전]

김홍균 외교부 1차관
40년 경력 베테랑 외교관, 대미 업무 정통
평화기획단장, 한반도본부장 거친 북한 전문가
위기관리 능력 탁월...침착한 외교관 스타일
효율적 리더십 추구, 창의·책임·소통 강조
  • 등록 2024-04-30 오전 5:30:00

    수정 2024-04-30 오전 5:30:00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40년간 외교 무대를 누빈 베테랑 외교관으로, 북한 관련 사안과 대미 업무에 정통해 ‘대북제재 전문가’로 불린다. 지난 1월 당시 주독일대사던 그가 차관으로 거명됐을 때도, 외교부 내부에서는 ‘될 사람이 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김 차관만큼 한반도와 안보 문제에 대해 탄탄한 이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은 외교부 내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어서다.

김 차관은 외무고시 18회로 1984년 외교부에 입부한 뒤 평화외교기획단장,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주독일대사 등을 거쳤다. 김대중·노무현·박근혜 정부의 대통령비서실에서 일했고,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 보좌관 등을 거치면서 국내외 정세를 읽는 안목을 길렀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서는 외교안보분과 전문위원을 지내며 현 정부의 안보전략 밑그림을 짜는 데 일조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조태열 외교부 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연평도 도발, 김정남 피살 등 북한 이슈 경험…위기관리 ·침착성 장점

외교부 차관은 동시다발적인 복합위기에 대응해야 하고, 장관 부재 시에 대신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기용된 뒤부터 배워서는 늦다. 임명된 직후부터 ‘전투모드’로 달려야 하는데, 그런면에서 김 차관은 안보와 양자·다자외교 경험이 두루 풍부해 적임자라는 평가다.

김 차관은 2009년 말부터 2012년 초까지 평화외교기획단장을 맡으면서 민감한 북한 문제를 여러 차례 겪었고, 그때마다 국제사회 공조를 이끌며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 시절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등 북한과 관련한 굵직한 이슈가 발생했고 이에 대응해 한미 대북정책 공조 등 노력을 기울였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맡은 2016~2017년은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연일 이어지던 시기다. 김 차관은 수시로 새벽 출근을 하며 위기대응전략을 세우고 미국 등 주요 카운터파트와 소통하며 대북제재 마련에 앞장섰다. 2017년 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을 때 미국과 협의를 통해 북한에 대한 공조를 마련했다.

다양한 외교협상 경험으로 다져진 위기관리 능력도 김 차관의 장점이다. 한반도본부장 시절 러시아와 북핵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측 대표가 언성을 높이며 북한을 두둔하고 미국을 비난하는데도 김 차관은 시종일관 차분함을 잃지 않고 한국의 입장을 침착하게 설명한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협상이 끝난 뒤 러시아 측 대표는 흥분한 데 대해 사과를 했다고 전해진다.

주독일대사로 일하던 때는 독일과 외교·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통일과 관련해서 소통하는 역할을 했다. 김 차관은 작년 11월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담대한 구상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는 데도 일조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차관은 위급한 한반도 문제에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많다”며 “김 차관은 멘탈 관리가 탁월해 큰일이 터지더라도 침착하게 국익을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관과 함께 일했던 전직 고위관료는 “한미일 가치 연대를 돈독히 하고, 중러와 균형 잡힌 외교를 위해서는 ‘톱노치’(Top-Notch·최고수준)의 외교관이 필요하다”며 “김 차관은 정무 감각이 뛰어나고 대북정책, 북미 업무 등에 경험이 풍부해 앞으로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홍균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왼쪽)가 2022년 10월 24일(현지시각) 오후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연방 대통령(오른쪽)에게 신임장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외교부)
‘창의·책임·소통’ 강조…효율적 리더십 추구

김 차관은 올 초 차관 취임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창의, 책임, 소통 3가지를 언급하며 “과거 전례나 관행에 얽매이지 말아달라”면서 “최초의 입안자나 기획자가 자기에게서 일이 끝난다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일을 해서 외교부의 업무 품질을 높여달라”고 당부했다.

김 차관은 주요 회의나 보고를 받을 때도 효율성을 강조하며, 핵심 내용만 협의하고 결론을 빠르게 내려주는 시원시원한 업무스타일이다. 더불어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아랫사람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려서 아래위로 덕망이 두텁다.

김 차관은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럽 대륙과 중동에서 2개의 전쟁이 아직도 진행 중에 있고 미중 전략 경쟁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정학적·지경학적 측면에서 굉장히 많은 도전들이 예상이 된다”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서 기회로 만들고, 우리 국민의 민생이나 미래에 기여를 할 수 있는 한국의 외교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차관은 윤 정부의 글로벌중추국가 외교 실현을 위해 취임 후 부지런히 국내외 인사와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는 6월 열리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케냐, 모리셔스를 방문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원자력, 방산, 에너지 등 양국 간 4대 핵심 분야에 협업을 약속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등 전쟁이 벌어지고, 하반기 미국 대선 등 현재 외교 현장은 변수가 어느 때보다 크다. 이에 미국·독일·유럽연합(EU) 등 네트워크가 좋은 김 차관의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 차관은 한반도본부장 역임 후 보직을 받지 못해서 2017년 외교부를 퇴직했다가 2022년 주독일대사로 5년 만에 복귀했다. 그는 “자리와 상황에 관계없이 한결 같은 자세를 유지하자는 생각”이라며 “5년 만에 돌아온 이후 마지막 커리어는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홍균 1차관은…

△1961년 부산 출생 △서울대 영문학과 △외무고시 18회 △외교부 장관보좌관 △평화외교기획단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조정비서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외교부 차관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주독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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