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여름철 폭염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올림픽 경기를 보기 위해 밤을 지새우거나 잠에 늦게 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데 수면 부족은 신체적으로 다음날 활동에 지장을 주고, 면역력도 약화시킨다. 과학적으로는 수면 부족이 뇌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최근 영국 에든버러대, 서레이대, 스웨덴 스톡홀름대 연구팀이 수면부족이 뇌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단 몇 시간의 수면 부족만으로도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수면은 뇌의 시냅스 구조를 유지해 인지 기능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자료=커런트 바이올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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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정상 수면을 한 쥐와 수면 도중에 깨워 6시간을 더 깨어있도록 한 쥐를 비교해 실험했다. 그 결과 수면이 부족한 쥐는 정상 수면을 취한 쥐보다 기억과 관련된 뉴런(뇌신경세포)이 만나는 곳의 시냅스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신경세포에는 다른 신경세포로 신호를 전달하는 긴 축삭돌기가 뻗어 있으며, 축삭돌기가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되는 부위를 시냅스라 하는데 이 부분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수면 부족이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태관 한국뇌연구원 첨단뇌연구장비센터장은 “시냅스가 기억과 관련이 큰 구조로 형성될 때 시냅스가 강화된다”며 “그런데 수면이 부족할 경우 시냅스에서 이상이 생긴다는 논문들이 있고, 우리 몸이 세포로 되어 있으니 신호 전달에도 영향을 줘서 궁극적으로 치매까지 유발한다는 연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뇌에는 뇌척수액이 있어서 혈관과 직접 닿아있지 않고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역할도 한다. 뇌척수액은 주로 밤에 활동을 많이 하는데 수면이 부족해지면 뇌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과정에 문제가 발생해 치매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해외 논문을 살펴보면 뇌 속 노폐물이 빠르게 빠져 나가야 하는데 하룻밤만 잠을 못 자도 노폐물 제거가 느려진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에는 6~7시간 잠을 못 자면 영향이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이럴 경우 숙면을 취한 사람 대비 인지기능이나 판단력이 떨어지고, 금전적인 보상과 같은 이익을 취하려는 동기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연구들은 장기적으로 계속 영향을 줄 지 여부와 사람 대상 실험으로 확장되지 못했다는 한계점도 있다. 그럼에도 수면의 중요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중요한 연구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잠을 쪼개서 공부하는 청소년들의 건강관리에도 참고할 만하다.
이태관 센터장은 “현대사회에서는 계속 바쁘게 살아야 하고,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덜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성장기 어린이, 청소년 학생들을 위해 수면의 중요성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