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조선소 내 조선용 도크(Dock·선박 건조장) 8곳을 포함해 야드 전체에서 건조 중인 배만 47척에 이르렀다. 설계 도면에 맞춰 철판을 자르며 선박 블록 제작을 시작한 선박부터 전기·통신 장비를 설치하며 마무리 작업을 벌이는 선박까지 진행되는 제작 공정도 다양했다. 10여년 만에 돌아온 ‘수주 호황’을 맞아 국내 조선업의 부활을 알리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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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는 1972년 3월 23일 울산 미포만 백사장에서 조선소 기공식을 개최한 날을 창립 기념일로 삼는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 조선소인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를 그룹의 모태로 여기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이곳에서 세계 1위 조선업체로 성장하면서 그룹의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기 시작했다.
최근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의 수주도 줄을 잇고 있다. 이날 1안벽(선박을 대고자 해안을 따라 콘크리트로 쌓은 시설물)에도 2억5000만달러(3250억원)를 호가하는 17만4000입방미터(㎥)급 LNG 운반선이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었다. 선박길이 299m, 폭 46.4m, 높이 35.5m에 달하는 초대형 선박으로, 오는 6월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 배의 옆면에 임시로 설치된 계단을 오르자 LNG 운반선의 핵심 시설인 저장 탱크(화물창)가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당 선박엔 4개의 화물창이 있는데, 여기에 보관되는 LNG는 액체 상태로 냉각돼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든다”며 “여기에 보관되는 LNG는 대한민국 전체에서 하루 사용하는 LNG보다 많은 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업체 중에서도 현대중공업의 LNG 운반선 건조 부문 위상은 탄탄하다. 현대중공업이 창립한 이후 지금까지 건조한 LNG선만 95척에 달한다.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수주잔량(152척) 중 LNG선(52척) 비중은 약 34.2%에 달한다. 올해도 일찌감치 LNG 운반선 3척을 수주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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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계는 이처럼 LNG 운반선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면서 이른바 ‘수주 특수’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또 다른 걱정거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건조 작업을 맡을 인력이 부족해서다. 지난 10여년 간의 불황 속 빠져나간 인력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오는 3분기 기준 국내 조선업 생산직 근로자가 1만2872명 부족하리라고 내다봤다.
한 부회장은 또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외국인 인력을 채용하면서 현대중공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까지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협력사에 외국인 인력이 800명 정도 들어왔다”며 “앞으로 외국인 인력을 최대 28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 부회장은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산업자원통상부가 제도를 확 바꿔서 조선업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들을 일할 맛 나게 하는 건 제 책임”이라며 “요즘 수주도 많이 하고 일감도 많이 찬 데다 스마트 조선소도 구축되면 2~3년 내로는 HD현대가 일하기 좋은 곳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8척을 넘어 올해 특수선 2척을 포함해 총 46척의 선박을 인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수주 목표는 118억달러로, 현재는 목표의 12.5%인 14억7000만달러 규모 수주를 달성했다”며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통해 나머지 수주 목표도 채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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