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가 에너지 사업까지…청정연료 확보에 수십조 뭉칫돈

[이제는 무탄소 경제 6편]
그린메탄올 공급망 구축 나선 '2위 해운사' 머스크
韓, 친환경 선박제조 1등…연료 공급망은 초기 수준
  • 등록 2024-02-13 오전 6:00:00

    수정 2024-02-13 오후 1:25:52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의 대주주인 A.P. 몰러 홀딩(APMH) 그룹이 친환경 연료 공급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이집트 풍력발전단지까지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15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그린 메탄올 네트워크 구축의 일환이다.

선박용 청정 연료 공급 인프라에 글로벌 해운사가 발 벗고 나서는 것과 달리 국내 항만은 친환경 연료 공급망에서 배제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손 놓고 있던 친환경 연료 공급망 확충에 서둘러야한단 지적이다.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선인 로라 머스크(Laura Maersk)/사진=현대미포조선
12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해 말 이집트 홍해주(州)에 있는 545메가와트(MW) 규모의 자파라나 풍력 발전 단지 지분 51% 인수를 위한 예비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9월 프로젝트 논의에 착수한 지 1년 4개월여 만의 성과다. 이번 풍력발전 지분 인수는 이집트를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주요 허브로 삼기 위한 네트워크 구축의 하나로 평가된다.

메탄올 추진선을 탈탄소 수단으로 택한 머스크는 작년 9월 HD현대의 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에 세계 최초의 21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인 ‘로라 머스크’를 인도받아 ‘해운의 새 시대’를 개척한 바 있다. 로라 머스크는 울산항에서 1000t의 그린 메탄올을 연료로 공급받아 덴마크 코펜하겐까지 2만1500㎞를 운항했다. 그러나 이 그린 메탄올은 울산에서 1만㎞ 이상 떨어진 미국 매립지에서 바이오메탄을 원료로 한 것이다. 우리 조선사들이 글로벌 친환경 선박 제조의 70%를 차지할 만큼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청정 연료 공급망과 관련해선 아직 초기 수준에 머물러 ‘반쪽짜리’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국적 선사인 HMM(011200)도 오는 2025~2026년 메탄올 추진선 9척을 인도받는다. 국내 에너지 기업 7곳과 메탄올 공급 협력을 체결하고 연료 확보에 나섰다.

문제는 국내 항만이 친환경 연료 공급망 구축 초기 수준에 머무르면서 글로벌 대형 선사에 의존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김인현 고려대 로스쿨 교수·선장은 “머스크, CMA 등이 메탄올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전 세계에 걸쳐 공급망을 장악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아직 이런 부분이 약해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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