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한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의 연금개혁 방향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생산 가능인구가 갈수록 줄고 연금을 받는 노인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다층 구조로 이뤄진 연금제도 전반을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안 의원은 “연금개혁은 기존보다 보험료를 더 내든지 소득대체율(가입기간 평균 소득 대비 받는 평균 수령액 비율)을 낮추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 입장에서는 좋을 수 없고, 국민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다”며 “전반적인 노후소득보장제도를 확 바꾸는 구조개혁을 위해선 스웨덴과 같이 20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어 “우리나라의 노후소득 보장용 기재라 할 수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주택 및 농지연금 등이 다층 구조로 위아래로 쌓여 있는데다 그 옆엔 특수 직역으로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엮여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처럼 연금 모수 개혁만 하면 당장 고갈 시점이 뒤로 미뤄지는 착시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고갈 이후 급진적으로 빚만 늘어나면서 후퇴한 개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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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현 정부 임기 동안 연금개혁을 하지 못하더라도 다음 정부에서라도 반드시 달성하자는 진심이 있다”며 “22대 국회서 여야가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최소한의 합의안을 만들어 놓으면, 앞으로 정권 교체 여부가 상관없이 차기 국회에서 발전된 방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무산됐다. 청년층은 연금고갈에 대한 우려가 크다.
△연금 개혁을 성공한 나라를 보면 어떤 한 정파가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서 된 적은 없고 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방식으로 됐다. 연금개혁은 거의 모든 국민들이 자기 살을 깎을 정도로 힘든 것이다. 국민들을 설득하는 지난한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여야가 모수개혁이라도 합의하고, 22대 국회에서 추가로 구조개혁을 논의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은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을 숫자만 바꾸는 모수 개혁만 얘기했다.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선 다른 연금과 연동을 통해 모두 바꿔 100년이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연금 고갈 시점만 몇 년 뒤로 미루는 것은 흡사 조삼모사와 같은 것이다.
△역대 거의 모든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대통령들이 연금 구조개혁을 실제로 하지 못한 이유는 국민들로부터 인기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고, 연금 고갈은 수십 년 후의 문제이기 때문에 건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윤 정부는 그걸 한다고 약속한 첫 정부다.
-각론으로 들어가 구조개혁을 한다면 어떤 식의 대안이 있을지 궁금하다.
△예컨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현재 40%에서 50%로 크게 올리면 퇴직연금 지급을 낮추거나 소득 하위 70% 노인층에 지급하는 기초연금 대상자를 가난한 저소득층에 집중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국민연금만 바꿔서는 답이 안 나오는 문제다.
-연금 구조개혁을 하려면 이해관계자가 많아 반발이 상당할 수 있다.
△무조건 반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저출생 고령화라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연금 개혁이라는 콘셉트 속에는 인구 정책, 노동시장 정책, 청년에 관한 이슈까지도 모두 포함돼 있다. 처음에는 국민들이 반대하더라도 꾸준한 설득 과정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 여론을 수렴하는데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 연속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논의를 위해 연금개혁 특위 상설화가 필요해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금개혁에 진심이었다면 여야 연금특위를 당장 가동해야 한다. 특위를 22대 국회 4년간 상설 운영해야 한다.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니다.
-연금 고갈을 대비할 방안이나 미래세대를 위한 자금이 있을지 궁금하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동해 포항 영일만 일대에서 가스·석유가 터지면 2200조원 상당의 가치로 추정된다. 이를 국부펀드로 활용해 미래세대 복지기금으로 쓸 수 있다. 북유럽에 속한 노르웨이도 농·어업 등 1차 산업에 의존해 주변 국가에 비해 잘 살지 못했는데 북해 유전이 터져 산유국이 되면서 여유로워졌다.
-야당에서는 동해 유전에 대해 부정적이다.
△가장 걱정되는 건 동해 유전이 터진 이후에도 민주당은 (정권이 바뀌면) 국채 발행이나 대한민국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돈은 그대로 두고 복지 잔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금 석유·가스 시추에 들어가는 비용을 이유로 이를 반대했던 정당은 실제 유전이 확인되는 순간 아예 손도 대지 말아야 한다. 그 돈은 미래 세대를 위해 써야 한다.
-현 정부에서 사회수석을 지낼 당시 발생한 의정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해법은 없는가.
△의료개혁은 의사 정원을 늘려 필수 의료분야나 지방 의료취약 지역에 의사들을 투입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당장 증원 문제는 내년 의대 모집 입시요강 마무리돼 끝난 상황이다. 앞으로 의사들이 기피하는 진료 분야나 취약 지역에 증원된 인력을 활용할 문제에 집중할 때다.
-의사들이 늘어난다고 해도 소위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이라는 인기과목에 쏠림 현상은 계속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적다. 이렇게 의사가 모자란 상황에서 의사들이 굉장히 자유롭게 움직이게 돼 있으니 돈을 잘 버는 수도권이나 인기 과목에 몰리는 것이다. 이런 것을 제한할 수 있는 정책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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