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상품권으로 돈놀이…결제시장 진입장벽 높여야"

[티메프 사태 또다른 뇌관 상품권]전문가 진단
금융·비금융 경계에 있는 플랫폼
현 정부부처 구조론 통제 어려워
칸막이 규제 폐지·전담 조직 필요
  • 등록 2024-08-01 오전 5:03:52

    수정 2024-08-01 오전 5:03:52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이커머스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금 정산 지연 사태와 더불어 티몬이 판 ‘해피머니’ 상품권이 휴짓조각이 되면서 상품권 비즈니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과 비금융의 미묘한 경계에 있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상품권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31일 “이번 사태로 쉽게 말해 상품권이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상품권 발행에 별다른 제재 요건이 없어서 소형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나 전자금융거래업체가 채권을 발행하듯 필요할 때마다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 부실을 키웠다”고 밝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상품권법’은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폐지된 이후 현재는 인지세만 납부하면 발행할 수 있다. ‘해피머니’ 등 상품권을 딱히 규제할 수단이 없다. 21대 국회에서도 이를 관리감독할 상품권법안이 발의됐는데 번번이 불발됐다.

서 교수는 “2021년 ‘머지포인트’ 사태로 개정한 전자금융거래법이 9월부터 시행하는데 시기가 좀 아쉽다”며 “선불전자금융업체는 고객 정산자금의 50%를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그랬다면 큐텐(티메프 모회사)이 회삿돈을 마구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구영배 큐텐 대표는 지난 30일 미국 이커머스 기업 ‘위시’ 인수에 2500만 달러(약 340억원)가 투입됐고 이 자금을 티몬과 위메프에서 조달했다고 했다. 서 교수는 “티몬, 위메프처럼 자본금이 적고 영세한 업체는 너무 쉽게 결제 시장에 진입 못하게끔 진입 장벽을 높여야 한다”며 “사후적 영업규제 말고 등록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티메프와 같은 플랫폼이 실질적인 금융 기능이 있지만 금융이라고 할 수 없는 묘한 지점 때문에 이번 사태가 발생한 만큼 관련 비즈니스에 대해 근본적으로 메스를 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백화점 상품권을 금융으로 생각하지 않듯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상품권도 전통적인 관점으로 사용되고 규제를 제대로 안 한 게 근본 원인”이라며 “수백만 회원이 있는 온라인 플랫폼의 상품권은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 머지포인트 사태를 겪고도 손 놓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선불전자금융 시장은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들이 책임을 서로 발뺌하기도 좋다”며 “금융위·금감원은 ‘우리 담당이 아니다’고 하면 되고 공정위는 ‘상품권 업체가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일일이 어떻게 규제하나’고 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규제 공백이 기존 정부부처별 업무 획정을 따르다 보니 생긴 만큼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 전했다. 강 교수는 “현재 정부부처 구조로는 이러한 사안을 제대로 통제하기 어렵다”며 “영국이나 미국처럼 디지털 금융 전담 조직을 만들거나 특정 부처에라도 역할을 몰고 법령을 정비해 제2의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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