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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조리기구 제조사인 자이글(234920)은 전 거래일보다 60원(0.79%) 오른 77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말 2차전지 관련 공장과 설비를 인수하며 리튬·철·인산(LFP) 사업에 뛰어든 이 회사는 지난 4월 초 주가가 장중 3만8900원을 찍기도 했다. 올 상반기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2차전지 열풍에 힘입어 사업 진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폭등하면서다.
그러나 2차전지 투자 열풍이 식자 주가는 폭삭 주저앉았다. 이날 주가는 지난 4월 고점에 견줘 무려 80%나 급락했다. 신사업 기대감이 밀어 올린 주가가 서서히 내리막을 탔고, 급기야 최근에는 운영자금 마련에 차질을 빚으면서 상승분을 모두 토해내고 있다.
지난 14일 자이글은 300억원 규모 제3자배정증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3월 말 주주총회에서 2차전지 소재 개발, 제조, 판매 등 사업목적을 추가하고 4월 사업 투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으나 납입이 5차례나 연기되며 철회를 선택했다.
자이글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 제조를 위한 이차전지 사업이 절차대로 순항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에서 우려하는 자금조달 실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명 등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2차전지 테마 올라탄 개미들 탄식
블랙박스 제조사인 더미동(THE MIDONG(161570))도 사업목적에 2차전지 촉매제조 및 공급업 등을 추가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키로 하면서 지난 7월 중순 주가가 장중 3350원(7월25일)까지 뛰었다. 그러나 현재 주가는 432원으로 8분의 1토막났다. 정족수 미달로 사업목적 추가가 불발되고, 자금조달 계획도 어그러졌기 때문이다.
무늬만 2차전지 종목들의 급락은 개미들의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 이들 기업의 2차전지 사업 진출 소식에 가장 뜨겁게 반응한 투자 주체가 개인투자자들이기 때문이다.
자이글은 작년 2차전지 사업 진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개인들이 나홀로 237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알에프세미와 더미동도 신사업 진출 기대감에 개미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주가 급락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대부분 개미들이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무늬만 2차전지 기업’이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앞으로도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고금리 여파에 돈 가뭄이 이어지면서 유상증자에 참여할 투자자 확보도 여의치 않은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특히 올 들어 2차전지를 신사업으로 낙점한 코스닥 업체 중 적잖은 기업들이 본업에서 적자를 내고 있어 신사업 추진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존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에 진출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선언적인 수준에서 끝났던 만큼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에 대해 분명한 평가를 내린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