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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에서 수입량이 상당해서 교역이 막히면 소맥과 옥수수를 수하는 밀가루와 사료·식용 제조업체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국내 대표 제분회사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현재 두 나라에서 수입하는 소맥이 전무하다. 국내 최대 사료 회사 하림도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옥수수를 수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글로벌 곡물 시장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게 변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소맥과 옥수수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수요는 다른 공급선으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이로써 소맥과 옥수수 주요 산지인 미주 대륙으로 수요가 몰리면 공급 가격이 꿈틀거릴 수밖에 없다.
곡물 수입 회사는 선물환 거래나 거래처 다변화 등으로 가격 상승 위험을 다스리고자 준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근본적으로 공급을 흔드는 변수를 빗겨가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려 식료품발 인플레보다 이로써 초래할 거시경제 뒤틀림이 걱정이다.
러시아 진출 회사도 노심초사다. 한국 정부가 러시아 제재에 동참을 선언한 탓에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주요 기업은 식음료에 오리온과 팔도, 담배에 KT&G, 관광에 호텔롯데, 화장품에 아모레퍼시픽 정도가 꼽힌다.
오리온과 팔도는 `국민 초코파이와 라면`으로 불린 만큼 현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러시아 연매출이 역대 최대인 1000억원을 돌파했다. 현지에 공장 두 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요를 충족하기 역부족이라서 3공장을 꾸릴 만큼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hy의 자회사 팔도는 지분 투자(49%)를 통해 출범한 ㈜도시락을 통해 현지화에 적극적이다. 현지에 주재원은 없지만 1991년 현지에 진출한 이래 용기 라면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한러 외교 관계가 현지 사업에 큰 변수는 아니라고 하지만 따져보면 느긋한 입장은 아니다. 외교 불화기 기업 고전으로 이어진 사례는 가까이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2016년 이후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고전한 게 사례다.
앞으로 대러 사업에서 미국 달러화 결제가 막히는 것도 부담이다. 미국 달러화 결제가 일반적인데 미국 정부의 대러 제재 탓에 금지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기축 통화가 아닐뿐더러 통화가치 변동에 따른 환차익도 기업이 부담할 짐이다.
러시아 유관 사업을 하는 회사의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사드 사태 때 중국에서 홀대를 받은 전력이 있어서 외교와 경제를 따로 떼어 놓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