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승현 이영민 기자] “금융·증권범죄는 다수의 피고인으로 인해 재판이 장기화하는 경향이 있다. 핵심은 신속하고도 명확한 증거 확보다. 디지털 증거가 중요해지면서 디지털 포렌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검찰 내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라 지연이 되고 있다.”
|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를 이끌고 있는 공준혁 부장검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하며 수사 애로사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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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를 이끌고 있는 공준혁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35기)는 2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수사 과정 중 최대 애로사항을 묻자 이같이 호소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 검찰청 요청에 따라 이뤄진 디지털 포렌식 건수는 지난해 1만3559건으로 3년 전인 2020년(8683건)보다 56.2%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포렌식 수사관 인력은 86명으로 2020년과 비교해 고작 5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단순 계산으로만 봐도 1명의 포렌식 수사관이 담당 검사의 요청에 따라 158건의 포렌식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수사를 위해선 압수한 디지털 매체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문제는 포렌식이 진행되면 압수물 봉인 해제부터 분석, 선별, 보고서 작성 등 관련 절차가 짧아도 하루 종일, 통상 48시간 이상 걸린다는 점이다. 각 검찰청마다 포렌식이 가능한 공간·인력이 한정된 탓에 각 수사 부서의 요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수사 장기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런 현실에도 디지털 포렌식 절차에 대한 예산 확대는 쉽지 않으며 오히려 줄고 있다. 2020년 디지털 포렌식 관련 예산(첨단범죄 및 디지털수사)은 125억3800만원이었으나 2023년에는 97억7400만원으로 21.9% 급감했다. 올해 디지털 포렌식 예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인데 내년에는 더욱 암담하다. 해당 항목이 포함된 내년도 특정업무경비(특경비)가 야당의 주도로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 [그래픽=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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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부장검사는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지원 미비는 수사력 약화로 이어지며, 범죄로부터 인권을 보호한다는 검찰 본연의 역할을 힘들 게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금융·증권범죄는 대규모 조직을 갖춘 세력들이 장시간에 걸쳐 치밀하게 준비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신속한 증거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가조작 사범에 대한 엄단이 실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주운전 범죄를 자동차로 저지르듯 금융·증권범죄는 모바일뱅킹과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 등 기술 발달로 대부분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정작 스마트폰에서 증거를 뽑아내는 디지털 포렌식은 한 번 의뢰하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어 관련 장비와 인력이 확충돼야만 신속한 수사로 범죄자들을 일벌백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범죄도 더욱 늘고 있는 상황이라 명확한 증거를 확보해 신속한 재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공고한 협조체제 아래 발 빠른 증거확보, 치밀한 자금흐름 분석, 면밀한 법리검토 등 총력을 기울인 집중 조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금융·증권범죄 수사 및 엄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사항으로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인적자원 및 법령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