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지난 10일 찾은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한 상가 거리. 6~7개 상점에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2개의 아파트 단지 인근에 있는 이곳은 유동인구도 제법 있을 뿐만 아니라 대로변 사거리라 입지가 좋지만 수개월째 공실로 방치된 상태다.
인근 A부동산 대표는 “여기서 3~4년째 (중개업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상가가 공실로 있는 것은 처음”이라며 “주택거래 관련 문의만 간간히 있을 뿐 경기침체로 인해 상가매매 또는 임대 문의는 아예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 서울 은평구 응암동 인근 상가거리에 임대 현수막을 붙인 점포들이 즐비했다.(사진=김영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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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은 하고 있지만 장사 의지를 접은 곳도 다수 눈에 띄었다. B부동산 대표는 “저한테 매물로 들어온 상점만 30곳이 넘는다”며 “인수하겠다는 사람만 있으면 당장 팔겠다는데 수요자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문만 열어놓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장사가 되지 않아 생활고 때문에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든 자영업자도 많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C대표는 “최근 한 달 정도 가게를 열지 않고 배달대행 아르바이트를 했다. 장사가 안 되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라며 “그마저도 쿠팡 같은 곳의 물류센터나 공사장 막노동이 아니면 우리 같은 사람을 받아주는 곳도 많지 않다”고 푸념했다.
자영업계에서는 통계상 폐업에 잡히지 않는 이런 사례까지 포함하면 향후 자영업자의 폐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폐업한 자영업자는 100만명에 육박한 수준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 6487명으로 2022년(86만 7292명) 대비 11만 9195명 증가했다. 2006년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많은 숫자다. 지난해 폐업률(사업자와 폐업자의 합계 대비 폐업자 수 비율)도 9.0%로 2016년(11.7%) 이후 8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 (그래픽=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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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용데이터의 ‘소상공인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자영업자들의 연체액은 총 15조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신용정보원 기업 신용공여 원장에 나타난 개인사업자 328만5000명 중 연체자만 약 18만 6000명으로 5.7% 가량의 자영업자들이 언제든지 폐업으로 내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보다 고금리 상황은 다소 둔화했지만 자영업자들의 체감금리는 아직도 높은 수준”이라며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선제적인 금리 인하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