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심목 김예림 대표변호사] 보통 개발사업은 시공사와 신탁사가 사업비 등 자금조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재개발·재건축 사업도 마찬가지다. 사업비 등 자금은 통상 금융기관에서 대주단을 구성해 조달한다. 이때 대주단은 사업시행자의 신용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시공사에 대해 채무를 담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를 요구한다. 이런 이유로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은 신용등급이 높은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고자 한다.
|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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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는 사업비 등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주단에 책임준공확약과 채무인수에 관한 약정을 제출한다. 채무인수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조합에서 채무를 변제하지 못했을 경우에 한해 시공사가 채무를 대신 변제할 의무를 진다는 점에서 동시에 채무를 변제할 의무를 부담하는 연대보증과는 다르다.
이때 시공사의 신용만으로는 채무가 담보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때에는 대주단이 신탁사의 책임준공확약과 채무인수 약정을 추가로 요구한다. 신탁사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나 시공사를 대신해 신용을 제공하면서 일정한 수수료를 수령한다. 신탁사는 시공사가 책임준공확약에 따라 정해진 기한 내에 준공을 받지 못한 경우로서 시공사가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면 대주단에 대해 채무를 변제해야 한다.
이때 대주단은 신탁사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되는데, 신탁사가 대주단에게 변제해야 할 손해배상채무는 대출원리금과 지연손해금 등의 이자 상당액이다. 최근 건설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신탁사의 대주단에 대한 손해배상을 둘러싼 분쟁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본다. 여러 사업장에서 기한 내 공사를 마치지 못하거나 미분양으로 인해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게 되면 신탁사가 부담해야 하는 손해배상채무가 신탁사가 보유한 자금의 범위를 벗어나게 될 우려가 있다.
다만 신탁사 입장에서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책임준공이 어려운 경우에는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런 사정을 구체적으로 밝히면 손해배상채무를 면할 수도 있을 듯하다. 국토교통부 해석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자재수급이 중단돼 기한 내 공사를 마치지 못한 경우에 있어 이를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국토부의 이와 같은 해석은 법원에서 다퉈지면 달리 판단될 여지가 있긴 하다.
최근들어 신탁사는 사업비 등 자금조달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신탁사가 직접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시행자로 등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신탁사의 자금여력이 악화되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위험 요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진행이나 투자시 여러 가지 따져봐야 할 것이 많은 시점이다.
| 김예림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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