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주는데 공급은 여전…쌀값 폭락사태 재발 우려

논 농가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 신청률 저조
5만5000㏊ 목표했으나 신청률 9.3% 그쳐
논 농가 영농 부담 확대·판로 확보 우려 탓
4월부터 쌀값 하락 전망…수확기 가격방어 ‘비상’
  • 등록 2019-04-01 오전 8:00:00

    수정 2019-04-01 오전 11:44:04

한 농민이 수확한 벼를 보이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2년전 쌀값 폭락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공급과잉을 차단하기 위해 쌀생산 조정제 목표를 상향조정하는 등 수급조절에 나섰지만 농가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 추세라면 올해도 수확기 쌀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4월부터 쌀값이 떨어지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18일)까지 논 농가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쌀 생산조정제) 신청 규모는 올해 목표인 5만5000헥타르(㏊)의 9.3%인 5110㏊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목표치는 늘렸지만 중간 성과는 오히려 더 떨어졌다. 5만㏊ 목표로 했던 지난해 3월 초까지 7000㏊를 달성했었다. 이 추세라면 지난해 달성했던 3만7000㏊(실제 감소 규모는 1만7000㏊)에도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쌀 생산조정제는 정부가 쌀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벼 농가가 조사료나 두류 등 다른 작물을 생산할 때 평균 1㏊당 평균 340만원을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지난해부터 도입했고 올해는 6월28일까지 농가의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쌀 생산은 2000년 이후 줄곧 공급과잉 상태다. 식습관의 변화로 쌀 소비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쌀은 농가 농산물 생산량 중 절반에 이르는 만큼 쌀 공급과잉에 따른 쌀 가격 하락은 농가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를 막고자 농가 지원을 위한 직불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만큼 재정 부담이 뒤따른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총 지원 규모를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농식품부는 이에 벼 생산 자체를 충분히 줄여 가격을 안정화하자는 취지에서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을 추진했다.

문제는 올해도 농가 참여가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농가로선 자동화율이 높은 벼 재배가 가장 편하고 다른 작물의 판로 확보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콩이나 조사료 등을 최대한 매입하기로 했으나 농가의 신뢰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현재 쌀 산지 가격이 한 가마니(80㎏)에 19만원 이상으로 안정세인 만큼 농가로선 벼 재배를 포기할 유인이 크지 않다.

국책 농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최근 조사 결과 전국 농가의 벼 재배의향 면적은 73만6000㏊로 전년보다 0.2%(약 1500㏊) 줄어드는 데 그쳤다.

벌써 공급과잉에 따른 쌀값 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KREI는 4월부터 쌀 가격 하락 폭이 커지며 5월에는 80㎏당 19만원 이하로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른 추석으로 신·구곡 교체 시기가 예년보다 빨라질 전망인데다 산지 유통업체도 재고 부담에 저가 출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REI는 올해 신곡이 약 322만6000t으로 수요량(302만3000~307만3000t)보다 약 15만~20만t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의 시장 격리가 없다면 올해도 쌀이 시장에 초과 공급된다는 것이다. 최악에는 쌀 가격이 2017년 초 때처럼 20년 전 가격 수준으로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 당시 산지 쌀 가격은 80㎏당 12만원대까지 폭락했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8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 관계자를 모아 올해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참여 독려를 당부했다. 그는 앞선 국회 상임위에서 “사전 생산조정을 잘 못하면 수확기 쌀값 방어를 제대로 못 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며 “여의치 않을 땐 휴경 의무제를 포함한 초강력 대책도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재동 농협하나로마트에서 판매중인 쌀.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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