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사법행정학회는 지난해 8월 ‘주석 형법 각칙 제6판’을 발간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지기 전 집필됐다. 주석 형법은 대법관이 집필 및 편집대표를 맡고, 판사들이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1982년 1월을 시작으로 총 6판까지 제작됐다. 이번에는 노태악(63·사법연수원 16기) 대법관이 집필 및 편집대표를 맡았다. 이 중 내란죄 부분은 대법원 재판연구관인 최누림(46·33기) 판사가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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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주석서에서는 내란죄를 ‘우리나라의 헌법 질서 아래에서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않고, 폭력에 의해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 윤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오후 10시 30분께 선포한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죄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을 포함한 일각에서는 ‘대통령은 내란죄 사법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주석 형법은 “내란죄의 주체는 제한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내란죄 처벌을 받기 위해서는 객관적 구성요건(폭동, 폭행·협박)과 주관적 구성요건(고의·목적)을 갖춰야 한다. 먼저 객관적 구성요소를 살펴보면 폭동은 폭행과 협박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협박은 단순히 단어의 의미를 넘어서 실질적인 유형력이 행사되는 걸 말한다. 대표적으로 대법원은 전두환의 5·17 쿠데타 당시 내린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조치’가 내란죄의 폭동과 협박에 해당한다고 봤다. 윤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 역시 전국에 적용됐던 만큼 협박의 요건을 갖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점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등 개인에 대한 살인은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내란이 아닌 ‘내란 미수’로 본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헌문란(법의 기본 질서를 침해하는 일)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주석 형법은 “(내란의) 목적의 존부에 관해서는 외부적으로 드러난 행위와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등 관련성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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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란죄로 처벌을 받기 위해서는 ‘국헌문란의 고의와 목적을 갖고, 폭행 및 협박을 동원한 폭동’이 증명돼야 한다. 내란의 출발점인 국헌문란에 대해서도 주석 형법에서는 두 가지로 소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석 형법에서는 “헌법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는 물론 사실상 상당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도 포함한다”며 “국헌문란이란 현행 헌법 또는 법률이 정한 정치적 기본조직을 불법으로 파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이 내란죄로 처벌받기 위해서는 국헌문란이 인정돼야 한다. 형법 주석을 종합할 때 핵심은 ‘12·3 비상계엄’을 통해 국회를 무력화하거나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했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 측은 지속적으로 “비상계엄은 야당에 대한 위협용”이었다는 주장을 줄곧 펴고 있다. 반면 야당 측은 군대를 동원해 국회의원 체포를 하거나 국회 계엄해제 의결을 못 하도록 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계엄에 연루된 군 장성들 역시 윤 대통령이 직접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폭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지난해 12월 27일 ‘내란 중요 임무’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윤 대통령이 국헌문란을 행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