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5월 인상 후 동결 기조 갈듯…"연내 인하는 없다"(종합)

①금리 동결 고려…연내 인하 없어
②SVB 사태 예외 사례…경영 실패
③은행 시스템 건전하고 자본 충분
④대출 요건 강화, 경제 영향 줄듯
  • 등록 2023-03-23 오전 8:49:28

    수정 2023-03-23 오전 8:49:28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올렸다. 최근 은행권 줄도산 위기에도 인상을 강행했다.

연준은 그러나 최종금리 전망치를 5.1%로 유지하는 식으로 긴축 강도를 낮출 것임을 시사했다. 오는 5월 금리를 추가로 올린 이후 당분간 동결 기조로 갈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이 기대하는 연내 인하 시나리오는 비교적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연준은 아울러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 대해서는 ‘경영 실패’로 규정하며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 대신 중소 은행을 중심으로 대출이 줄면서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연 이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CNBC)


예상 밖 최종금리 5.1% 제시

연준은 21~22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연 이번달(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금리를 25bp 인상했다. 올해 첫 FOMC에 이어 다시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연준 금리는 4.75~5.00%로 높아졌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1년 만에 무려 475bp 인상했다. 그 과정에서 한 번에 75b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네 번이나 강행했다. 연준이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준금리로 채택한 199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의 긴축이다.

이번 FOMC는 시작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월가 예상을 웃돈 1월 고용보고서와 1월 물가보고서가 나온 이후 일각에서는 50bp 빅스텝 관측까지 나왔지만, 그 직후 갑자기 SVB 붕괴를 시작으로 금융 시스템 리스크 공포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금리 동결론까지 비등해졌다.

결국 연준이 25bp 인상 카드를 꺼낸 것은 그동안 강조했던 인플레이션 통제 의지를 내팽개칠 수 없었기 때문으로 읽힌다. 만약 예상 밖 동결에 나섰다면 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신호로 시장이 받아들였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긴축 강도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피력했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를 보면, FOMC 위원 18명 중 과반 이상인 10명이 올해 최종금리 수준을 5.00~5.25%로 예상했다. 연준이 경제전망을 통해 내놓은 최종금리는 5.1%다. 직전인 지난해 12월 당시 수치와 같다. 이번달 이후 5월 FOMC 때 한 차례만 더 인상한 후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뜻이다. 당초 시장 예상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서도 ‘지속적인 금리 인상’(ongoing increases) 문구를 삭제했다. 인상 국면에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최근 은행권 줄도산 위기를 감안한 것으로 읽힌다.

연준은 그 연장선상에서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상승률 예상치를 석 달 전인 지난해 12월 3.1%에서 3.3%로 올렸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전망치는 3.5%에서 3.6%로 높여 잡았다. 추후 긴축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간접 시사한 것이다. 연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5%에서 0.4%로 낮춰 잡았다.

“SVB, 시스템 리스크 아니다”

파월 의장은 성명서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기자회견 초반에 “이번에 금리 인상 중단을 고려하기는 했다”고 갑작스러운 은행권 위기 이후 고민이 컸음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연준이 제시한 최종금리 5.1%를 고려하면 5월 FOMC가 마지막 인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연준이 이날 인상을 결정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라고 파월 의장은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지난 FOMC 때 수차례 언급한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는 “상황은 똑같고 근원물가가 더 낮아지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며 “물가 안정 없이는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 기조는 인플레이션 대응이 첫 번째라는 의미다. 그는 시장 일부에서 나오는 연내 금리 인하설에 대해서는 “시장이 그렇게 예상한다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아울러 SVB 사태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사례”라며 “경영진의 심각한 경영 실패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당국이 개입했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은행 시스템 전반에 있는 리스크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유동성은 충분하다”며 “지난 일주일을 보면 은행 예금의 흐름은 안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내부적으로 (은행 시스템을 두고) 충분한 리뷰를 하고 있다”며 “은행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은행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감독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는 곧 은행 줄도산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파월 의장은 아울러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최근 위기에 빠진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한데 대해서는 “모두 모니터링을 했고 긍정적인 결과”라며 “시장도 이번 인수를 잘 받아들였고 상황은 잘 통제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은행권 위기로 인한 경기 악영향 가능성은 우려했다. 은행 위기가 신용 요건 강화와 대출 감소로 이어져 경제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경기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 “지금 말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없었다면 연착륙 가능성이 컸겠지만 그 가능성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이전 FOMC 때만 해도 연착륙을 두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투자회사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이날 연준을 두고 ‘비둘기파적인 인상’(dovish hike)이라고 평가하면서 “엄청난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는데, 이는 연말 금리 인하 기대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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