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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세론자 “침체 공포 심상찮다”
24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한주 1.67% 하락했다(3만4299.12→3만3727.43).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39% 내렸다(4409.59→4348.33). S&P 지수는 5주 연속 이어진 상승장을 마감했다. 8주 연속 올랐던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주 1.44% 떨어졌다(1만3689.57→1만3492.52).
뉴욕 증시가 갑자기 하락한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올해 들어 예상을 깨고 오를 대로 오른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는 와중에 경기 침체 우려가 급부상하며 낙폭이 더 커진 것이다. S&P 지수는 올해 들어 여전히 14% 가까이 뛰었다. 지난 15일(4425.84) 4400선을 훌쩍 뚫기도 했다.
미국 경제분석업체 컨퍼런스보드가 지난 22일 내놓은 경기선행지수가 침체론이 불을 지폈다.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경기선행지수는 전월보다 0.7% 하락한 106.7을 기록했다. 최근 1년2개월 연속 하락세다.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경기선행지수와 S&P 지수가 올해처럼 아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과 함께 대기성 자금이 줄면 S&P 지수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월가 내에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정도를 제외하면 대다수 기관들은 결국 경기 침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채권시장 역시 이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23일 글로벌 장기물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연준 통화정책과 사실상 연동돼 움직이는 2년물 국채금리보다 97bp(1bp=0.01%포인트) 낮아졌다. 10년물 금리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장기 성장 전망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를 시사하는 주요 풍향계로 여겨지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초 40bp에 못 미쳤던 역전 폭이 확 커졌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월가 한 고위인사는 “금리 역전 폭이 벌어진다는 것은 침체는 사라진 게 아니라 미뤄졌다는 의미”라고 했다.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이 하루만에 멈추고 철수하긴 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재료다.
그러나 지금은 더 큰 상승장을 위한 건강한 조정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초강세장을 이끌던 AI의 성장성이 길게 봐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미국 투자자문사 오디세이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제이슨 스나이프 창립자는 최근 CNBC에 나와 “위험 관리차 엔비디아 주식을 일부 팔았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만 195% 가까이 폭등했다. 연초 140달러대 주식에서 이제는 420~430달러대로 올라섰다. AI 수혜주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올해 상승률이 40%에 육박했다. 스나이프 창립자는 “AI 성장세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순풍이 있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며 “(AI 수혜주들은) 여전히 포트폴리오의 핵심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단기 폭등해 잠시 비중을 줄이는 것일뿐이라는 얘기다. 이는 곧 연준 초강경 긴축과 경기 침체 가시화 등 거시 환경이 흔들려도 기술주 상승장은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현재 증시가 변곡점에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부에서 나온다. US뱅크 자산운용의 테리 샌드벤 수석주식전략가는 “증시는 현재 일시 정지 모드에 있는 것 같다”며 “강세 진영과 약세 진영간(between bull and bear market camps) 줄다리기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변동성 증가를 뜻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단 이번주 증시는 ‘더 지켜보자’는 기류가 흐를 것으로 보인다. 월가 투자자문사의 한 채권분석가는 “오는 30일 나오는 지난달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많이 둔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시장 전반은 소강 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지난달 PCE 근원물가 예상치는 전년 동월 대비 4.6%다. 전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미 공개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유사한 맥락의 지표가 나올 것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