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한국엔젤투자협회가 함께 성명을 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보고서에서 ‘요기요 매각을 조건부로 하는 배민(우아한형제들)-DH(딜리버리히어로) 기업결합’을 제시한 데 대해 우려를 쏟아냈다.
양 기관은 요기요 매각 전제는 불승인에 준하는 이례적인 조치라며, 디지털 경제의 역동성을 외면하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고사시키는 공정위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번 조치는 사무처의 심사보고서인 만큼, 공정위가 전체 회의에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에 돌이킬 수 없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국경·산업간 경계 허물어지는 배달시장
디지털 경제에서 국가 간,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특히, 음식배달은 글로벌 합종연횡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장 역동적인 시장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글로벌 음식배달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14% 성장해 2,00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 아마존은 배달음식 플랫폼 딜리버루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플랫폼 알리바바도 중국의 1위 음식배달 플랫폼인 어러머를 인수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6월 네덜란드 배달앱 업체 테이크어웨이가 점유율 2위 업체 그럽허브를 인수하고, 지난 7월 점유율 3위 업체 우버이츠가 4위 업체 포스트메이트를 인수하는 등 업체 간 M&A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어느 시장보다도 빠르게 개편되는 중이다.
국내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배달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0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시장에서 오픈커머스, 인터넷포털, 대형유통업체 등 인접 시장의 진입가능성은 이미 증명된 셈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엔젤투자협회는 “국내 스타트업은 글로벌 합종연횡 국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번 공정위 결정은 국가 간,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베이, G마켓 인수 승인한 공정위
이미 지난 2009년 공정위는 이베이의 G마켓 인수를 최종 승인하면서, ‘오픈마켓 시장은 역동성이 강하며, 경쟁제한의 폐해가 미치는 범위가 국지적이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에서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도 상기했다.
실제 지난 10년의 오픈마켓 시장 상황은 당시 공정위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한다며, 오픈마켓 시장에 적용된 기업결합 승인 판단의 근거는 배민-DH 결합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으며, 11년 전과 비교해 관련 시장의 역동성이 훨씬 커진 점을 고려하면 공정위의 판단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엑시트 없는 스타트업 생태계 우려
스타트업에 엑시트가 없다면 생태계 자체가 고사된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자칫 이번 조치로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국내 스타트업을 고립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민과 DH의 기업결합 심사가 1년 넘게 지체되면서, 이미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추가하는 부정적인 신호가 전달됐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VC가 투자 자금을 회수한 경우 중 M&A 비율은 0.7%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엑시트의 97%가 M&A인 것과 비교하면 국내 스타트업의 엑시트 길은 많지 않은 것이다. 삼정KPMG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벤처·스타트업 투자가 중소형 투자에 집중되는 경향이 보였고, 글로벌 벤처·스타트업이 엑시트할 수 있는 M&A와 IPO 시장도 크게 위축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배민은 국내 대표 유니콘
양기관은 우아한형제들은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플랫폼 서비스의 효용이 공급자, 종사자,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입점 수수료 개편, 배달원 처우 개선 등 상생의 선택을 이어왔으며, DH와의 전략적 인수합병을 통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도모했다는 점도 상기했다.
한국의 대표 유니콘인 배민과 글로벌 기업 DH의 결합은 국내 최대규모의 M&A를 통한 글로벌 엑시트라는 상징적인 사안이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라는 의미다. 유니콘 육성도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의 종착지는 엑시트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고 했다.
공정위, 요기요 매각 조건 재고해야
코리아스타트업포험과 엔젤투자협회는 공정위의 판단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고립과 퇴행을 추동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 법인의 전면 매각이라는 이례적인 판단을 내리면서도 산업계와 사전 소통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절차적 문제도 있다고 했다.
양기관은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가 최종 결정으로 이어진다면 글로벌 기업이 국내 혁신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고,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엑시트 기회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토론회나 공청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요청하며 ▲국내외 시장 상황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