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서류 속 개인정보 공유는 처벌 못한다" 대법 첫 판단

법원은 '개인정보처리자' 아니라고 명확히 해
송달은 '공권적 통지행위'…개인정보 제공 아냐
유사사건에서 피고인들 유무죄 판단 기준될 듯
  • 등록 2025-01-13 오전 9:04:26

    수정 2025-01-13 오전 9:04:26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재판 과정에서 법원으로부터 받은 소송서류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재판사무를 담당하는 법원을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로 볼 수 없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사건은 2018년 영업방해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시작됐다. A씨는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으로부터 받은 사실확인서에 첨부된 B씨의 운전면허증 사본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입주자 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 등에게 전송했다. 검찰은 A씨가 정보주체인 B씨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핵심 쟁점은 법원이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를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및 개인’으로 정의한다.

1심과 2심 모두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법원이 채권자들이 제출한 소송서류의 부본을 기계적으로 송달했을 뿐, 개인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배열하거나 구성해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한걸음 더 나아가 ‘행정사무를 처리하는 기관’으로서의 법원과 ‘재판사무를 처리하는 기관’으로서의 법원을 명확히 구분했다. 대법원은 “재판사무의 주체로서 법원이 심리 과정에서 증거나 서면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더라도, 이는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법원은 “재판사무를 담당하는 법원이 재판권에 기해 법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 행하는 공권적 통지행위로서 소송서류를 송달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명확히 했다.

이번 판결로 소송 당사자가 법원으로부터 받은 서류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리가 확립됐다. 이는 향후 유사 사건에서 피고인의 무죄를 판단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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