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은 지난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어 김병호 베트남 호찌민시개발은행(HD은행) 회장, 양종희·허인 KB금융 부회장 등 3명의 최종 후보(가나다 순) 중 양 부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인선 절차가 시작된 지 50일 만이다. 양 후보자는 오는 11월 20일 주주총회를 거쳐 3년 간 KB금융 회장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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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추위는 “양 후보자는 지주, 은행, 계열사의 주요 경영진으로 재직하면서 쌓은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디지털, 글로벌, ESG 경영에 높은 식견과 통찰력을 겸비한 후보”라며 “KB손해보험 사장,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보여준 성과와 경영 능력은 그룹의 리더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북 전주 출생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온 양 후보자는 그룹 내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오랜 기간 윤종규 현 회장과 손발을 맞췄다. KB국민은행에서 핵심 업무를 두루 거쳤으며, KB금융지주에서 자회사 관리 업무까지 섭렵했다. 양 부회장만큼 은행과 비은행, 전략부서 이력을 가진 인물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선임을 앞두고 금융권에선 주요 계열사인 은행장 경험이 있는 허인 부회장이 한 발 앞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했다. 허 부회장은 KB국민은행 설립 이래 사상 처음으로 은행장 3연임에 성공했다. 현 정부와도 접점이 많다. 서울대 법학과 80학번으로 같은 과 79학번인 윤석열 대통령의 1년 후배다. 타 금융지주 회장들과 출신 지역 안배 차원에서도 영남(진주) 출신인 허 부회장이 유리하다는 전망도 있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전북 임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전남 보성)은 각각 호남,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충남 부여 출신이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양 후보자가 선출된 이유는 회추위가 조직 안정뿐 아니라 비은행, 글로벌 사업 강화 등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은행장 경험이 없다뿐이지 경력과 성과는 뒤질 게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양 후보자는 KB손해보험 상무 시절 LIG손해보험 인수가격을 400억원 낮춰 마무리한 뒤, 전무를 건너 뛰고 재무 담당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인물”이라며 “KB손해보험 대표를 성공적으로 3연임한 뒤 2020년에는 KB금융이 10년 만에 부활시킨 부회장직에 가장 먼저 임명됐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이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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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인 글로벌 사업을 키워가는 것이 핵심 과제다. 앞서 윤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부문 사업 수익 비중을 전체의 4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한편 양 후보자에겐 앞으로 은행 내부통제, 해외 사업 육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최근 KB국민은행에서는 증권대행 업무를 하는 17명 중 10명이 상장 정보를 이용해 공시 전 주식을 매수하는 불공정거래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을 인수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손실을 기록 중이다. 작년 말에는 8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내면서 충당금을 쏟아붓고 있는 형국이다.
양 후보자는 “아직은 후보자 신분이지만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며 “KB금융그룹이 시장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금융 산업의 스탠더드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