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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장 이어 시의회까지 성명
울산시의회는 김종섭 의장 직무대리를 비롯한 시의원 22명 명의로 17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은 50년간 울산시민과 함께 한 향토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이라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온산제련소를 두고 있다.
장형진 영풍(000670) 고문 측과 연합 전선을 구축한 MBK파트너스는 지난 13일부터 공개매수에 나서며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시동을 걸었다. MBK파트너스는 이를 통해 고려아연 주식 최소 7%(144만5036주)에서 최대 14.6%(302만4881주)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14.6%의 지분을 확보한다면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지분 47.7%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그러면서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공격이 부당함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주요 기술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는 법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며 “정부에도 국가기간산업이 해외 투기 자본의 무차별한 공격을 이겨내도록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고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지분 7.6%’ 국민연금 의중 촉각
시의회에 앞서 김두겸 울산시장은 전날 성명을 내고 “지역 상공계와 힘을 모아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치고 120만 시민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이번 사태를 두고 “단순한 기업간 갈등이 아니라 기간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을 7.6% 들고 있는 주요 주주다. 이번 분쟁에서 국민연금의 의중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대기업들의 경영권 분쟁 때 정부가 나서서 사태를 수습한 것은 전례가 없지 않다. 울산이 중앙정부까지 거론하면서 강경 대응 의지를 밝힌 것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재계 한 인사는 “만에하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고려아연과 협업 중인) 현대차, LG화학, 한화 등 주요 기업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LG화학은 고려아연과 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구체 생산 공장을 최근 완공했다. 현대차와 한화는 이차전지 소재 확보 등에서 협업하고 있다.
다만 민간 기업의 M&A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는 것은 다소 과하다는 지적 역시 있다. 특히 120만 시민 주식 사주기 운동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