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에 직면한 국내 전기차 시장이 내년 중국 BYD·미국 테슬라 등의 저가형 공습에 어떻게 대처해나갈지 주목된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전기차 수요가 하이브리드차에 밀려 저조한 가운데서도 완성차 브랜드들은 내년 전기차 신차를 출시하거나 국내에 승용 전기차 판매를 시작한다. BYD코리아가 1월 중 국내 승용차 시장 공식 진출을 앞둔 가운데 테슬라의 ‘모델Q’(가칭)도 내년 상반기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 BYD의 아토3. (사진=BYD) |
|
전기차 시장에 저가형 경쟁이 본격화한 것은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영향이 크다. BYD코리아는 내년 1월 서울 강서구에 첫 전시장을 열고 승용차 판매를 시작한다. 중형 세단 전기차 ‘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 소형 해치백 ‘돌핀’ 등이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아토3와 돌핀 모델은 전기차 중에서 저가형으로 꼽힌다. 아토3의 경우 국내 출시 가격이 3500만~4000만원대로 책정되고,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면 3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돌핀의 경우 최근 공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 가격이 2000만원대임을 감안하면, 국내 출시 가격은 3000만원 초반대로 예상되고 있다.
테슬라 역시 지난달 저가형 ‘모델 Q’(가칭)의 사양, 가격, 출시 일정 등을 공개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가 폐지됐을 때도 실구매가가 한화 약 5300만원 수준이다. 미국에서 모델 Q가 먼저 출시된 이후 국내에는 이르면 하반기께 들어올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국내 시장에선 고급화 전략을 펴고 있는 토요타 역시 중국에선 이미 1900만원대(10만위안)의 저가 소형 전기 SUV bZ3X를 공개하고, 내년부터 출고할 계획이다. 국내에 해당 모델이 바로 들어올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고급화 전략을 취하던 토요타가 저가형 모델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업계는 전기차 가격 경쟁 격화에 주목하고 있다.
| 기아 EV3. (사진=현대차그룹) |
|
현대차·기아도 올해 이미 전기차 대중화 모델은 선보이면서 해외 전기차 공습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6월 출시한 기아 EV3는 최저가가 3995만원으로, 올해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 적용 기준으로 3000만원 초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현대차의 소형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릭도 2000만원대다. LFP 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더 긴 편인 NCM(니켈·코발트·망간)계 배터리를 탑재해 국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단순히 가격으로만 승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기차 수요 정체에 직면한 이유가 단순히 가격뿐만 아니라 연비, 연료 충전 편의성 등 여러 방면에서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차과 교수는 “내년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치열해지는 것과 별개로 단순히 저가형 모델이 많이 출시된다고 해서 캐즘이 한순간에 해소되긴 어렵다고 본다”면서 “하이브리드라는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가격뿐 아니라 연비, 충전 편의성 등이 동시에 개선이 돼야지만 시장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도 자동차 업계에선 다양한 보급형 전기차가 출시됐지만, 판매는 하이브리드차가 월등히 많았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에 따르면 올 1~11월 국내 하이브리드차는 전년 동기 대비 24.3% 늘어난 35만2307대가 판매됐지만, 전기차는 13만9067대에 그치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2% 줄어들었다. 동급 전기차와 비교해 가격이 쌀 뿐만 아니라 연비가 더 높고, 연료 충전 편의성이 좋다는 점에서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를 택한 사람이 많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