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씨는 “긴 연휴여서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며 “비행기 가격이 계속 오르니 예약할까 했지만 올해 서부는 가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 대신 자동차를 직접 몰고 동부 메릴랜드주, 델라웨어주 등을 둘러보고 왔고, 그 가격은 캘리포니아주와 비교해 3분의1에도 못 미쳤다. 그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데도 그 돈을 내고 여행을 간다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게 신기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긴축에도 노동시장 ‘활활’
연방준비제도(Fed)의 초강경 긴축에도 미국 경제가 식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가격을 아무리 올려도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이를 따라잡는 이상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사업을 확장하고자 사람을 더 뽑으려 하는데도 구하지 못하는 노동시장 과열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준 긴축 정책이 고장 난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있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복잡미묘한 수치라고 해석했다. 무엇보다 20만개가 넘는 규모 자체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통상 미국 경제가 매달 필요로 하는 신규 일자리는 7만~9만개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시마 샤 수석전략가는 “20만9000명의 신규 일자리를 약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심지어 민간 고용정보업체 ADP가 공개한 지난달 민간 부문 고용은 49만7000개 급증했다.
게다가 임금 상승 속도는 예상을 웃돌았다. 지난달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4.4% 각각 증가했다. 높은 임금 상승세는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실업률은 전월보다 낮은 3.6%로 나타났다.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이다. 뉴욕시의 한 중소형 유통회사에서 임원으로 일하는 A씨는 “사람을 새로 뽑는 것도 어렵고 기존 직원들을 붙잡아두는 것도 어렵다”며 “급여를 계속 높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코메리카뱅크의 빌 애덤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노동시장은 놀라울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며 “아직도 일손이 부족하다”고 했다.
특히 건설업계의 선전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건설 분야의 신규 고용은 4월 1만1000개→5월 2만3000개→6월 2만3000개 등으로 늘고 있다. WSJ는 “과거 건설업계는 금리 인상기 때는 가장 큰 타격을 입었지만, 요즘은 인프라 사업 등이 호황을 보이고 있다”며 “연준의 긴축 노력을 무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연준의 초강경 긴축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연준이 올해 많으면 2~3회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받고 있는데, 정작 그 수준까지 올려도 인플레이션이 잡힐지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월가의 한 고위인사는 “이대로 가다가 갑자기 급격한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의견부터 침체 자체가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까지 너무 다양하다”며 “통화정책이 이렇게 불확실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라고 했다.
그 기저에는 재정정책은 방만하게 가져가는 ‘엇박자’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5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연방정부 재정적자 규모는 1조5000억달러로 추정된다. 지난해보다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CBO의 전망인 셈이다. 내년 대선까지 겹쳐 있다는 점에서 재정적자는 계속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쪽에서는 돈줄을 조이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줄줄 새는 형국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빠르게 인상했지만 물가 안정 효과는 확실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BIS는 그러면서 “정부가 재정적자를 일부 축소했지만 여전히 과도하다”며 “재정의 긴축 기조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