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위기가 격화하면서 ‘피크 차이나’(Peak China)가 힘을 받고 있다. 지난 30년간 중국의 고도 성장을 이끈 부동산이 무너지면서, 성장 동력이 구조적인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진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은 당국 주도 하의 국유화 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 각종 부양책이 나오겠지만 과거와 같은 부동산 활황이 다시 오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부동산 약화, 가장 도전적 장애물”
20일(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은 다음달 2일 만기가 도래하는 5억3500만달러(약 7185억원) 규모 사모채권 상환을 향후 3년에 걸쳐 7회로 나눠 갚겠다고 채권자들에게 제안했다. 만기가 도래하면 채권자에게 10만위안(약 1838만원)을 먼저 지급한 후 나머지는 분할 상환하겠다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비구이위안은 채권자들과 이같은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향후 부채 구조조정 경로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근래 표면 위로 드러난 부동산 위기는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이 있다. 지난 30년 중국의 고도성장은 부동산이 그 중심에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부동산의 비중은 25%를 넘을 정도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모든 토지가 국가 소유다. 그런데 1990년대 일대 대전환점이 일어났다. 도시화율 상승을 점친 중국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지방정부 관리들에게 토지 사용권을 팔라고 제안했고, 지방정부는 이를 수용하면서 부동산 개발이 본격화했다. 농촌에서 도시로 노동자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대규모 부동산 개발→연 10% 안팎 고속 성장→부동산 가치 상승→부동산 개발 수요 증가 등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진 것이다.
위기의 시작은 2020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었다. 시 주석이 3개의 레드라인, 이른바 삼도홍선(三道紅線)을 설정하고 부채비율이 높은 부동산 기업들의 대출을 급격하게 조이는 정책을 펼쳤다가, 헝다(에버그란데)를 시작으로 줄줄이 위기에 빠진 것이다. 부동산의 비중이 크다 보니, 이는 곧바로 경기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골드만삭스의 왕리성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모멘텀과 정서는 중국 경제 성장과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부동산 약화는 가장 도전적인 성장의 장애물”이라고 했다. 노무라의 팅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성장률이 목표치인 5.0%를 밑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비구이위안, 결국 국유화 수순 갈듯
그래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게 비구이위안을 여러 국유 부동산 업체들이 나눠서 인수하는 방식이다. 비구이위안을 사실상 해체한 이후 국유화하는 식이다. 비구이위안은 중국 5대 부동산 업체 중 유일한 민간이었다. 통제 일변도라는 서구의 비판과 기업 경쟁력 저하를 감수하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국유화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다만 과거 30년처럼 부동산을 띄우며 성장을 도모하는 경제 모델은 작동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생애 첫 주택 구입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완화하는 등 황급하게 부동산 정책 노선을 틀었다. 이같은 대책의 약발이 먹히기도 전에 시장에서는 더 나아가 금리 추가 인하, 전매제한 완화, 생애 첫 주택 대상 확대 등 거래 불씨를 살릴 만한 대책들을 기대하는 눈치다. 파인브리지 인베스트먼트의 앤디 수엔 아시아 채권부문 대표는 “부동산 안정을 위해 가시적이고 시의적절한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 침체’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지는 만큼 집값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로이터통신이 중국 국가통계국의 70대 도시 집값 지수를 분석해 보니, 지난달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2% 하락했다. 중국 경제 성장세가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시장에서 힘을 받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