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의 불안한 정세에 전 세계의 눈이 쏠려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20개월이 흘렀고, 아직 어느쪽도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두 개의 전쟁 모두 예상하지 못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은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하마스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 갈등 조정을 위해 이스라엘을 직접 찾았지만 중동 내 반(反)미·반이스라엘 여론을 더욱 악화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전쟁의 발발부터 기간, 확전 여부, 승패, 여파 등 전쟁을 둘러싼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하지만 두 개의 전쟁을 통해 본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있다. 바로 대규모 민간인이 희생되는 참사를 피할 수 없다는 것. 전쟁법이라 불리는 국제법은 전쟁터라는 장소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축제장에 난입해 무차별 살상을 저지르고 민간인을 인질로 끌고 간 하마스. 하마스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속에 물, 전기도 모자라 인도적 위기 상황에 놓인 가자지구 주민들. 아이들을 포함한 500여명이 사망한 가자지구 병원 피폭사건.이스라엘의 공습이냐 팔레스타인 내 또 다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의 소행이냐를 두고 책임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미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상황이다.
이미 벌어진 두 개의 전쟁. 전 세계 어느 분쟁지역에서 또 하나의 전쟁이 발발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전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중 한반도는 지정학적 위협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국론분열로 정보체계의 틈을 보이면서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소모적인 이념논쟁이 진행되는 동안 안보 공백은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할 때다. 이스라엘을 반면교사 삼아 전쟁이 왜 발생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면밀히 분석해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쟁이 일단 발발하면 늦는다. 그것이 국지전이라 할지라도 기간, 승패와 상관없이 민간인 희생을 또 목격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