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긴축' 연준, 5.25%서 일단 정지…고물가 어찌할꼬(재종합)

연준, 성명 통해 금리인상 중단 시사
인하 가능성 선그은 파월 '매파 색채'
"매파적 인상 중단…5.25% 최종금리"
일각서 "고물가 탓에 6월 추가 인상"
  • 등록 2023-05-04 오전 10:22:46

    수정 2023-05-04 오전 10:33:0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매파 색채’를 드러냈다. 연준은 예상대로 25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성명서를 통해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파월 의장은 이를 확언하지는 않았다. 동시에 시장이 기대하는 인하에는 선을 그었다. ‘매파적인 인상 중단’(hawkish pause) 관측이 힘을 받는 기류다.

이에 따라 연준 최종금리는 5.00~5.25%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다음달 다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AFP 제공)


연준, 성명서 통해 인상 중단 시사

연준은 2~3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금리를 5.00~5.25%로 25bp 인상했다. 지난 2007년 8월 이후 거의 16년 만의 최고치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1년여 만에 무려 500bp 인상했다. 그 과정에서 한 번에 75b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네 번이나 강행했다. 이번까지 인상 횟수만 10회에 이른다. 연준이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준금리로 채택한 199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의 긴축이다.

이번 FOMC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은행 위기 여진이 이어진 가운데 열려 주목 받았다. 연준이 25bp 인상 카드를 꺼낸 것은 그동안 줄곧 강조했던 인플레이션 통제 의지를 내팽개칠 수 없었기 때문으로 읽힌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3월 개인소비지출(PCE)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6% 상승하면서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연준 통화정책 목표치(2.0%) 대비 한참 높다. 미시건대의 1년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4.6%에 이른다.

그러나 연준은 이와 함께 추후 인상 중단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연준은 회의 직후 통화정책 성명서를 통해 “통화정책의 누적적인 긴축이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 금융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위원회는 2%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additional policy firming)이 적절할 수 있다고 본다”는 문구를 이번에 삭제했다. 그 대신 추가 조치가 적절할 수도 있다는 표현으로 톤을 낮췄다. 5.00~5.25%에서 동결 기조로 가면서 긴축 여파를 살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은행 위기와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고려해 현실적인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비둘기파 색채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리 인하 선그은 파월 ‘매파 색채’

다만 파월 의장의 톤은 약간 달랐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FOMC는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하지 않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금리 인하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시장이 기대한 인하론에 다시 한 번 선을 그은 것이다.

그는 “시장은 종종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인하를 고려하기는 하지만 우리의 전망치는 아니다”고 했다. 그는 “주택을 제외한 다른 부문을 봤을 때 인플레이션은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매우 과열돼 있는) 노동시장도 더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이날 민간 고용정보업체 ADP가 공개한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민간 부문 고용은 29만6000개 늘었다. 월가 전망치(13만3000건)를 상회했다.

파월 의장은 다음달 FOMC 금리 결정에 대해서는 “예상하지 않겠다”며 “앞으로 회의 때마다 데이터에 따라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명서는 인상 중단을 시사했지만 파월 의장이 이를 확답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는 ‘추가 긴축 적절 기대’ 문구를 삭제한 것을 두고 “의미 있는 변화”라고만 했다. 파월 의장은 “회의 때 이제 최종금리에 가까워졌다는 의견은 나왔다”고도 했다.

그는 아울러 최근 은행권 불안에 대해서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며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회복 탄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마이클 바 금융감독 부의장 주도로 진행한) 이번 리뷰를 통해 어떻게 더 건전한 감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JP모건체이스가 퍼스트 리퍼블릭을 인수한데 대해서는 “(대형 은행이 인수하는 게) 그것이 현실적”이라며 “이번 인수는 좋은 결과를 가져 왔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월가 “매파 색채 풍긴 인상 중단”

월가는 파월 의장의 언급을 두고 예상보다 다소 매파적이라는데 기우는 분위기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매파적인 인상 중단”이라고 한 마디로 요약했다. 투자회사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이번 금리 인상이 이번 (긴축) 사이클의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면서도 “연준은 최소한 올해 연말까지는 금리를 계속 동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덴스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메건 호너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에 25bp 인상은 필요했다”면서도 “파월 의장은 다소 매파적이었다”고 말했다.

웰스파고 역시 ‘매파적인 인상 중단’이라고 분석하면서 “연준이 다음달 금리를 올리려면 향후 6주간 데이터가 매우 중요하다”며 “인상 기준은 매우 높을 것”이라고 했다.

월가는 일단 연준이 다음달부터 동결 모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날 오후 현재 연준이 다음달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9.6%로 보고 있다. 추가 인상에 나설 확률은 0%다. 더 나아가 파월 의장의 언급과 달리 오는 7월부터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베팅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닫지 않는 의견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우리는 최종금리에 도달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지역 은행 스트레스가 완화하고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경우 다음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씨티그룹은 고물가를 근거로 “연준이 다음달 외에 오는 7월에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최종금리를 5.50~5.75%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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