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 구광모 LG 회장의 770일 혁신...앞으로의 행보 주목

수익성 없는 사업 접고 신성장 동력 발굴 모색
젊은 인재 적극 기용…도전하는 조직문화 확산
구심점 역할 위해 공개 행보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 등록 2020-08-14 오전 11:00:00

    수정 2020-08-18 오전 11:41:02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정중동(靜中動).” 재계에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지난 2년여를 표현하는 단어다. 재계 4위 그룹의 총수인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6월 취임 후 770여일 동안 유난히 조용한 행보를 이어 왔다. 떠들썩한 취임식도 생략했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자간담회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LG그룹 내부에서는 물론 재계 안팎에선 LG그룹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로 불러 주십시오.”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 회장은 LG그룹의 지주사인 ㈜LG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한 직후 임직원들에게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언론은 관행대로 ‘회장’ 직함을 사용하고 있지만, LG그룹이 배포하는 공식 보도자료 등에는 구 회장을 ‘대표’라고 표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회장 대신 대표라는 직함을 사용하는 것은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임직원들과 소통하며 경영을 해 나간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의 탈(脫)권위는 직함에 그치지 않았다. 구 회장은 취임식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연초에 열리는 시무식도 간소화했다. 지난해에는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대체했고,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아예 온라인 시무식을 가졌다.

그는 임직원들과 격의없이 소통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하던 사업보고회를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따라 수시로 전략을 논의함에 따라 올해부터 하반기에 한차례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구 회장은 2년 전 회장 취임 직후 이같이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비핵심 사업 영역에 대한 과감하고 신속한 조정에 나섰다.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구광모 회장이 총수에 올랐을 때 재계 일각에서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갓 마흔을 넘긴 구 회장이 69개 계열사를 둔 LG를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있었다.

그러나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구 회장 취임 후 LG전자(066570)는 연료전지 사업을 청산하고 수처리 사업을 매각했다. LG화학(051910)은 액정표시장치(LCD)편광판 사업을 정리했으며, LG유플러스(032640)도 전자결제 사업을 매각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하거나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사업에서는 과감하게 발을 뺐다.

반면 미래 성장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1조원씩 출자해 ‘얼티엄 셀즈’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말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의 방송·통신 융복합 경쟁력 강화를 위해 CJ헬로비전을 인수한 후 ‘LG헬로비전’을 출범, 방송통신 융복합을 선도 중이다. LG디스플레이(034220)도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만 총 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와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의 경영권을 인수했으며, LG생활건강(051900)은 미국 뉴에이본과 일본 에바메루 등을 인수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은 실패다.”

구 회장은 지난 5월28일 그룹의 연구개발(R&D) 단지인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과감한 도전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LG그룹에 도전하는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구 회장이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하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도 이같은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취임 첫해인 2018년 말 임원인사에서 2004년 GS그룹 계열분리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상무 134명을 발탁했고, 지난해 말 인사에선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자)인 30대 여성 임원 3명을 탄생시켰다. 특히 최연소 임원인 심미진 LG생활건강 상무는 1985년생으로 입사 12년 만에 ‘기업의 별’이 됐다.

순혈주의 타파도 구 회장이 추진해온 인사 혁신의 핵심이다. 글로벌 기업 3M 출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베인&컴퍼니 출신 홍범식 ㈜LG 경영전략팀 사장 등을 영입, 미래성장동력인 배터리 사업과 지주사의 전략을 맡겼다.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LG전자는 지난 5월 토론토AI 연구소장으로 캐나다 이동통신사 1위 벨의 AI팀을 이끈 경험을 가진 케빈 페레이라 박사를 영입하고, 지난해 12월에는 AI전문가인 미국 USC 컴퓨터공학부 조셈 림 교수를 영입해 인공지능연구소의 영상지능 연구를 맡겼다.

“앞으로 다가올 위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9월 LG그룹 사장단 워크숍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해 달라”고 주문했다.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올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것은 이처럼 위기에 미리 대응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LG그룹 안팎에서는 이제는 구 회장이 외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총수가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삼성과 현대자동차, SK그룹은 모두 50대 총수가 전면에 나서 미래성장동력을 만들고 그룹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40대 젊은 총수인 구 회장도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최태원 회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역량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하지만 구회장이 공개적으로 외부 활동에 나선 것은 취임 후 손에 꼽을 정도다. 올해는 지난 2월 LG전자 서초 R&D 캠퍼스 내 ‘디자인경영센터’를 찾았고, 5월에는 서산 LG화학 사고 현장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각각 방문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경영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는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부족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익숙치 않았겠지만, 이제는 전면에 나서는 모습도 보여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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