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 인수·합병(M&A) 제도가 일반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쪽으로 개편된다. M&A 진행 배경, 이사회 의견 등의 내용이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알려지도록 공시를 강화하고, 외부평가의 객관성·공정성을 높이는 게 골자다. 주식 투자자가 14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기업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을 비롯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대책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4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규정변경예고를 실시했다. 개정안에는 공시 강화, 이사회 책임성 제고, 외부평가제도 개선 등 투자자 보호 강화 방안이 포함됐다.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주요 기관 투자자 대상 투자설명회(IR)에 참석했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달 26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된 싱가포르·태국 출장에서 현지 당국과 투자자들을 만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등을 설명했다. (사진=금융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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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합병에 관한 이사회 논의 내용 등 M&A에 대한 정보가 일반주주들에게 충분히 공시되지 않고 있고, 기업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의 책임성도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일반주주들 입장에서 볼 때 M&A가 기업 지분가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 충분한 일반주주 권익보호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앞으로는 공시가 강화된다. 합병의 목적 및 기대효과, 합병가액, 합병비율 등 거래조건의 적정성, 합병에 반대하는 이사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에 대한 이사회 의견이 포함된 이사회 의견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했다. 이사회 의견서를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주요사항보고서의 첨부 서류에 추가해 공시하도록 했다.
외부평가제도도 개선된다. 현재는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 간 합병 등의 경우 외부평가를 하지만 신뢰성 시비가 여전하다. 앞으로는 합병가액 산정과정에 관여한 기관을 외부평가기관으로 선정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합병 공정성 우려가 큰 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외부평가기관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감사위원회 의결이나 감사의 동의를 거치도록 했다.
또한 외부평가기관 스스로 품질관리규정을 의무적으로 마련해 이를 준수하도록 하고 품질관리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경우 외부평가업무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외부평가기관 품질관리규정에는 합병 관련 업무수행 시 독립성·객관성·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사항, 이해상충 가능성 검토와 기피 의무에 관한 사항, 미공개정보의 이용 금지 등 비밀유지에 관한 사항, 외부평가업무 품질관리규정 위반자에 대한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이 담겼다.
반면 비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합병가액 산정 규제를 완화한다. 지나치게 경직된 합병 규제가 기업의 자율적인 구조개편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업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이에 따라 비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당사자 간 자율 협상을 통해 합병가액 산정방법을 정하도록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합병가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제3자 외부평가를 의무화한다.
금융위는 이같은 개정안을 이달 5일부터 내달 15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규정변경예고를 실시할 예정이다. 관련 내용에 대해 의견이 있으면 금융위 공정시장과로 의견서를 보내면 된다. 의견수렴 이후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3분기(7~9월) 중 시행할 예정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그동안 M&A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자본시장이 더욱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료=금융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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