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떡볶이 먹으러 히잡 쓴 MZ들 우르르…'K푸드'에 지갑 연다

"김밥·떡볶이 먹으러 히잡 쓴 손님들 북적…인니MZ에 대세된 K푸드"
길거리 음식 내세운 푸드코트 북적
드라마 속 단골메뉴 ‘한국라면’, 현지 업체서 출시
10월까지 對 인니 농식품 수출 전년比 3.6%↑
할랄 인증은 필수…"상호인증 체계로 벽 낮춰"
  • 등록 2024-12-03 오전 11:00:00

    수정 2024-12-03 오후 6:47:13

[자카르타=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TV 속에서 보던 한국 라면, 떡볶이를 먹으면 마치 드라마 속에 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져요. 젊은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아는 핫한 음식이죠.”(이마라(Immara)·25)

세계 최대 할랄 시장인 인도네시아가 한국 농식품 수출 유망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2억 6000만명이 넘는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젊은 MZ세대(80~90년대생)를 중심으로 K팝·드라마 등 한류 열풍이 일면서,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덩달아 커진 영향이다.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롯데마트 간다리아씨티점 앞 푸드코트에서 현지인들이 한국 길거리 음식을 고르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김밥·떡볶이 등 한국 길거리 음식 파는 푸드코트 인기

지난 27일 찾은 자카르타 북부 롯데마트 간다리아씨티점에서는 이같은 K푸드 열풍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대형마트 지하 1층에 위치한 마트 입구에는 김밥, 떡볶이, 닭강정 등 다양한 한국의 길거리 음식을 파는 푸드코트 매장들이 줄지어 있었다.

한국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도네시아인들이었다. 현지 직원이 익숙하게 김밥을 말고 있는가 하면, 이슬람 전통 복장인 히잡을 착용한 여성들이 익숙하게 젓가락으로 떡볶이를 먹고 있기도 했다.

조성광 롯데마트 글로벌소싱 팀장은 “한국 여행을 가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푸드코트도 한국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며 “주말에는 줄을 지어서 먹을 정도로 현지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트 안에는 한국에서 온 들어온 신선 과일부터 가공식품 등 다양한 한국 식품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농식품 1만 5000개 중 한국 제품의 수는 1000여개로 비중은 높진 않지만, 현지인에게 관심이 높은 상품들을 중심으로 잘 보이는 곳에 비치를 한 덕분이다.

매출 성장세도 가파르다. 올해 한국 제품의 매출 신장률은 작년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롯데마트는 점차 한국 제품 판매 비중을 키워가겠다는 계획이다.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롯데마트 간다리아씨티점 앞 푸드코트에서 현지 직원이 한국 대표 길거리 음식인 김밥을 싸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드라마 속 단골 메뉴 라면 인기에 현지화 제품도

특히 그 중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건 단연 ‘라면’이다. 한국 드라마, 예능 등 한류가 유행을 끌면서, 화면 속 단골처럼 등장하는 라면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매장 한 가운데 커다란 벽 하나를 통째로 라면으로 채운 별도의 코너를 마련하기도 했다. 할랄 인증을 받은 불닭 볶음면부터 신라면, 비빔면 등 종류도 수십 개에 달했다.

한켠에는 인도네시아의 1위 라면 업체가 출시한 ‘한국라면’ 시식코너도 마련돼 있었다. 한국 글씨로 또박또박 적힌 글씨에, 인기 아이돌 그룹 뉴진스를 모델로 한 한국라면은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적도에 위치한 인도네시아에서 재배하지 못하는 배·딸기·사과 등 한국의 과일도 인기다. 평소 한국 과일을 즐겨 먹는다는 프리랜서 직장인 스피넬라(32)는 “복숭아·딸기 등 한국 과일을 좋아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맛볼 수 없는 단맛이 매력적”이라면서 “가격이 비싼 편이기 때문에 친구들이랑 돈을 모아서 같이 나눠 먹곤한다”고 말했다.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롯데마트 간다리아씨티점에서 현지 업체가 출시한 한국식 라면 ‘한국라면’ 시식 행사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성장 가능성 높은 인니 시장…할랄인증 상호인증 체계 구축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소비력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기회 요인이다. 올해 10월 말까지 인도네시아 K푸드 수출액은 2억 1056만달러로 1년 전보다 3.6% 증가했다. 같은 날 자카르타 시내에서 만난 이승훈 aT 자카르타 지사장은 “아직 수출액이 크진 않지만, 향후 인도네시아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면 더욱 다양한 소비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까다로운 할랄 인증 절차는 넘어야 할 산이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된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무슬림이 전체 인구의 87%를 차지하기 때문에 할랄 인증을 받지 않고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6년부터 수입되는 모든 식품·음료에 대한 할랄 인증 표시 의무화도 추진 중이다.

이에 한국 정부에서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약을 통해 상호인증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 지사장은 “한국할랄인증원 등 국내에 있는 기관에서 받은 할랄 인증도 현지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롯데마트 간다리아씨티점에 진열돼 있는 한국 딸기·배 모습(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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