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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리퍼블릭 구제안 논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다이먼 회장과 다른 은행 경영진들이 퍼스트리퍼블릭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다이먼 회장이 논의를 주도하면서 은행 시스템에 신뢰를 불어넣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 역시 이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전략적인 대안은 증자와 매각 등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11개 주요 대형 은행들은 다이먼 회장의 주도하에 최근 퍼스트리퍼블릭에 300억달러를 예치하며 구제에 나섰다. 그러나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이날 47.11% 폭락하면서 진정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형 은행들이 직접 나섰으나,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잇따라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고객들의 예금 인출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퍼스트리퍼블릭 고객들은 지난 10일 시작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이후 모두 700억달러(약 91조6000억원) 예금을 인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예금액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불안 심리를 잠재우고자 민·관이 동시에 나서고 있지만, 뱅크런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퍼스트리퍼블릭이 채권 발행 혹은 기업 매각 같은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잠재적인 인수자로 꼽혔던 한 대형 은행이 정밀 실사를 한 이후 인수를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을 둘러싼 리스크가 만만치 않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에 다이먼 회장이 또 나섰다. 한 소식통은 WSJ에 “다이먼 회장과 다른 대형 은행 CEO들의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퍼스트리퍼블릭의 자본을 늘리기 위한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11개 은행이 예치한 300억달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자본으로 전환하는 방안 △외부 매각 혹은 외부 자음 유치 방안 등을 논의 중이라고 소식통은 밝혔다.
월가에서 위기 타개를 주도하고 있는 다이먼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다. 그가 당시 위기 이후 금융 시스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민스키 모먼트 가능성 높아져”
일부에서는 금융위기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수석전략가는 “‘민스키 모먼트’(minsky moment·채무자의 상환 능력이 나빠져 건전한 자산까지 팔면서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는 시점)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은행들이 (금융 위험의) 전이를 성공적으로 억제한다고 해도 신용 여건은 훨씬 더 빠르게 긴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융위기 같은 충격이 없더라도 은행업 전반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만연해 있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주식전략가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주말 시행한 무보험 예금 지원은 은행들의 운영을 도울 수는 있겠지만 은행업 전반에서 대출 기준이 더 엄격해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며 “신용 경색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은행권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신용 경색이 경제 활동 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이날 추가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것은 이와 직결돼 있다. 앤디 제시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를 통해 “조만간 있을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몇 주 안에 9000명을 더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1만8000명을 감축한데 이은 2차 구조조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