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이 격려한 스타트업도 사업 종료…비대면진료 업계 '한숨'

비대면 성병검사 ‘체킷’ 2년만에 비대면 접어
대선후보 시절 尹 격려, 결과는 서비스 종료
시범사업 시행 후 스타트업들 각자도생 중
급작스런 병원 영업까지 나선 스타트업도
원산협 “더 늦기 전에 업체 목소리 들어야”
  • 등록 2023-06-13 오후 3:15:46

    수정 2023-06-13 오후 7:29:38

비대면 성병 검사 서비스 ‘체킷’의 화면. 이 플랫폼은 지난 9일부로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종료했다. (사진=체킷 앱 캡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비대면 성병검사 플랫폼 ‘체킷’을 운영하던 스타트업 쓰리제이는 최근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 스타트업은 과거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직접 만나 격려와 응원을 해줬던 기업이다. 하지만, 이달 1일부로 초진과 약 배송 등을 제한하는 정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전격 시행되면서 쓰리제이도 불과 2년여만에 자신들의 주력 사업을 접게 됐다.

시범사업 시행에 비대면진료 서비스 2년만에 종료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쓰리제이는 지난 9일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비대면 성병 검사 서비스 종료 공지를 게재했다. 2021년 비대면 성병 검사 서비스 ‘체킷’을 론칭한 지 2년여 만이다. ‘체킷’은 키트와 앱을 통해 성매개감염병 검사를 진행하고, 전문 의료기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검사 및 진료 서비스다. 모든 검사와 결과를 집에서 받아볼 수 있어 외부에 노출되기 꺼려하는 성병 진료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지현 쓰리제이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비대면 성병 검사 서비스는 그간 앱으로 진행해왔는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에 따라) 이번에 종료하게 됐다”며 “처음 시작때부터 규제적인 환경이 있긴 있었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선제적으로만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이달 1일부터 시행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시적 허용됐던 비대면진료는 정부의 감염병 위기 단계 하향으로 종료됐고, 시범사업 형식으로 이달부터 재개됐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초진을 허용하지 않고, 약 배송도 대면을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사실상 초진 환자가 대부분인 쓰리제이 같은 비대면진료 스타트업들은 사업을 접거나, 전환하는 등 위기에 봉착했다. 쓰리제이도 현재 비대면진료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 질미생물 검사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2021년 12월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열린 ‘스타트업 정책 토크’에서 윤석열(앞줄 왼쪽에서 5번째) 국민의힘 당시 대선 후보가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尹대통령 격려에도 결과는 ‘암울’, 플랫폼들 생존 안간힘

쓰리제이는 2021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열었던 스타트업 정책토크에서 직접 응원과 격려를 받았던 업체이기에 이 같은 결과가 더 씁쓸하다는 평가다. 당시 박지현 쓰리제이 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에게 “비대면진료 산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도 해외처럼 원격 메타버스 시술 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원격진료는 우리 사회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인 만큼 기존 의료계와 신산업간 중재를 통해 혁신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면진료를 신산업으로 보고 중재 노력을 약속했던 윤 대통령이지만, 2년 후 결과는 달라진 셈이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시행 이후 쓰리제이 같은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생존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우주약방’을 운영 중인 코레시옹비탈레도 최근 브랜드명을 ‘우주케어’로 바꾸고 재진 중심 서비스를 구축 중이다. 재진 중심으로 하려면 사실상 의사·병원들과 제휴를 맺어야 하는데, 갑자기 영업에 나서야 하는 만큼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배용준 코레시옹비탈레 대표는 “초진 제한으로 힘들지만,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사업 전환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2차 병원 이상, 요양원 중심으로 비대면진료 제휴를 맺기 위해 직접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에도 남성 헬스케어 플랫폼 ‘썰즈’도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 서비스를 종료했고, ‘온닥터’도 프랜차이즈 병원에 공급할 피부과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판매 등으로 사업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사실상 이번 시범사업 시행으로 지난 2년간 싹을 틔워왔던 비대면진료 플랫폼 스타트업 생태계가 ‘리셋’이 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들의 연합인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산업계의 의견을 전달, 시범사업에 반영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보건당국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원산협에 따르면 시범사업 시행 전후로 복지부와 플랫폼 스타트업간 소통은 전무하다.

원산협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대통령직 인수위와 복지부에서 방문하고 국정과제로 선정하는 등 의료 서비스 혁신을 지지했지만, 정부가 채 1년도 안돼 소통의 창을 닫은 채 현장의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시범사업으로 일어나는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과 일선 의사들의 몫이 된 채 모든 민원은 업체들이 감당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부디 더 늦기 전에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우주케어’로 플랫폼명까지 바꾼 ‘우주약방’. 이 플랫폼은 재진 중심으로 병원 영업에 나선 상태다. (사진=우주케어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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