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 뒤집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3선…18년 장기집권 길로

‘압승 기대’ 민주야권·국제사회 반발
선관위, 투표 종료 후 6시간여 만 발표
대혼란 불가피…'부정선거' 후폭풍 우려
  • 등록 2024-07-29 오후 2:36:45

    수정 2024-07-29 오후 7:05:10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야권 압승’이 예측됐던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고 니콜라스 마두로(61)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선 고지에 올랐다. 출구조사 결과와 반전되는 결과뿐 아니라 친(親) 여당 성향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가 실시간 개표 상황을 공개하지 않는 등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대통령 선거 후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엘비스 아모로소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장은 공식 투표 종료 후 약 6시간 지난 29일 자정 직후 성명을 통해 “투표함에서 약 80% 개표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510만표를 얻어 51.2%의 득표율로 440만표(44.2%)를 얻은 중도보수 성향 민주 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74) 후보를 눌렀다”고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 사실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마두로 대통령은 18년간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2013년 처음 대권을 잡은 마두로 대통령은 내년 1월 10일부터 새로운 임기 6년을 시작할 예정으로 2031년까지 베네수엘라를 이끌게 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중남미 대표적인 반미(反美)주의자로 최근 수년간 이어진 경제난의 주요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 미국의 제재 극복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유 시설 현대화, 주변국 좌파 정권과의 연대 강화, 가이아나와 분쟁 중인 영토에 대한 자주권 회복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미국 정부는 민주주의 훼손과 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베네수엘라 석유·가스 산업을 중심으로 강력한 경제 제재를 하고 있다.

선거 결과 발표 후 마두로 대통령 지지자들은 대통령궁 밖에 모여 축하콘서트를 열었다. 마두로 대통령은 축하 무대에서 레게 음악에 맞춰 춤을 췄으며,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살아온 날은 정말 아름다웠다”며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승리를 안겨 주셔서 감사하다. 이것은 평등이라는 이상에 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세 당시 베네수엘라가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선거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이번 선거 승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결과의 투명성 등을 놓고 국제사회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우선 출구조사와 전혀 다른 선거 결과가 나와 부정선거 의혹이 커지고 있다. 앞서 서방언론들은 곤살레스 후보의 낙승을 점쳤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여론조사 업체인 에디슨 리서치 출구조사를 인용해 곤살레스 후보는 65%, 마두로 대통령은 31%로 득표율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달 델포스와 클리어패스 스트래티지스의 독립 여론조사에서도 마두로 대통령은 야권 곤살레스 후보에 25%포인트 이상 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승리를 예상했던 중도보수 민주 야권 측은 선관위 발표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카라카스 인근 주민은 즉시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항의하기 시작했다고 WSJ은 전했다.

베네수엘라 일간 엘나시오날은 “투표 후 곳곳에서 민주 야권 측 시민 그룹이 투표함 봉인과 개표 등 검증을 살피기 위해 개표장소에 입장할 것을 요구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물리적인 충돌과 (선관위 측) 폭언도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피선거권 박탈 이후 곤살레스 후보와 함께 세몰이 선봉에 섰던 ‘베네수엘라 철의 여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6)는 투표 종료 후 1시간여 뒤 선거 캠프를 찾아 “국민 여러분께서는 투표소에서 밤새우며 개표 과정을 지켜봐 달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야권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 선거 불복 운동이나 주민의 국외 이탈 등 베네수엘라 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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