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메가폰엔터·페이지원 합병 사실상 무산…“IHQ 매각 탓”

IHQ, 개별 투자자에 양사 지분 돌연 매각
대주주 바뀌며 추진했던 합병 절차 중단
거래정지 해소 위해 서둘러 정리 나선 듯
매각 과정서 가치평가 관련 의견 분분
  • 등록 2024-05-22 오후 6:23:31

    수정 2024-05-22 오후 6:23:31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인공지능(AI) 기반 오디션 플랫폼 운영사 메가폰엔터테인먼트와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 제작사 페이지원필름 간 합병이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해 초부터 추진해온 합병 작업이 양사 지분 과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던 IHQ(003560)의 갑작스러운 매각으로 대주주가 바뀌며 모두 중단됐다. 메가폰엔터테인먼트와 페이지원필름은 지속적으로 협업을 도모하며 추후 기존 지분을 활용한 합병 재추진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메가폰엔터테인먼트 로고. (사진=메가폰엔터테인먼트)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가폰엔터테인먼트와 페이지원필름은 IHQ의 지분 매각으로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던 합병 절차를 모두 중단했다. IHQ가 보유하고 있던 양사 지분을 서로 다른 개별 투자자에게 매각하면서 논의를 진행할 수 없게 되면서다. IHQ는 올해 1분기 보유하고 있던 메가폰엔터테인먼트와 페이지원필름 지분 53.7%와 50.1%를 매각한 바 있다.

당초 메가폰엔터테인먼트와 페이지원필름은 IHQ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활용해 합병을 추진했다. 지난해 1월에는 메가폰엔터테인먼트가 공식 자료를 내고 페이지원필름과의 합병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IHQ는 메가폰엔터테인먼트의 발표 이후 1년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양사의 합병 계획은 힘을 받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메가폰엔터테인먼트와 페이지원필름이 합병을 추진하고 있었음에도 IHQ가 돌연 지분을 개별 투자자에게 매각한 것은 거래정지 해소와 관련이 깊다고 보고 있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관계사를 서둘러 매각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양사는 올해 1분기 총 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IHQ는 회계감사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지난해 4월 5일 자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다만 매각이 속전속결로 이뤄진 탓에 메가폰엔터테인먼트와 페이지원필름에 대한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IHQ는 각각 37억원, 42억원에 인수한 메가폰엔터테인먼트와 페이지원필름을 5억원 미만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IHQ는 지난해부터 대주주 이슈와 회계감사 거절 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관계사의 존재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둘러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IHQ가 빠른 매각에만 집중하다 보니 각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매각 과정에서 IHQ와 양사 구성원 간의 소통도 미흡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합병 무산과 별개로 메가폰엔터테인먼트와 페이지원필름은 시너지 창출을 위해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 김철원 메가폰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정재연 페이지원필름 대표는 주기적으로 만나 사업과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특히 양사는 대주주 지분을 활용한 합병 재추진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IHQ 관계자는 “개별 매각 건에 대해선 공시 외의 내용을 설명할 의무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메가폰엔터테인먼트는 신인배우들을 위한 온라인 오디션플랫폼 메가폰코리아를 서비스하고 있다. 페이지원필름은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와 ‘아랑사또전’을 기획하고 제작에 참여한 정재연 대표가 창업한 드라마 프로덕션으로 창업 후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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