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부터 구영배 큐텐 대표에 대한 출국금지를 검토 중이다.
법무부가 출국금지 검토에 나선 것은 이번 정산 지연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및 판매자 연쇄 도산 우려가 가중되면서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이준동 부장검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부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고 시장 질서를 무너뜨린 중대 민생침해 범죄라고 보고 금융감독 당국의 수사 의뢰나 피해자 고발 등 여러 상황에 대비해 선제적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지분 매각 △사재 출연 △추가 투자 유치(펀딩) △인수합병(M&A) 추진 등의 대책을 내놨다. 구 대표가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불거진 지난 7일 이후, 피해 고객이 입주 건물 점거에 나선 지난 24일 이후 처음이다.
구 대표는 “큐텐과 저는 금번 사태에 대한 경영상 책임을 통감하며 그룹 차원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제 개인 재산도 활용해서 티몬과 위메프 양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제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금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 대표 측 입장에 대해 시장에서는 기대보다 의구심이 더 큰 상황이다. 지난 22일 금융당국이 파악한 미정산 금액만 해도 위메프 565억원(195개사), 티몬 1097억원(750개사) 수준이다. 심지어 이는 5월 판매대금 미정산 규모다. 6~7월분 미정산분 추가 발생 및 소비자 환불액까지 고려하면 큐텐이 확보해야 하는 자금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피해금액이 1조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법조계 “2~3일 내 결정될 것”…피해자들, 구 대표 등 고소·고발
법조계 관계자들은 위메프·티몬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만큼 법무부가 발 빠른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사안이 중대할 수록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출국금지 조치”라며 “법무부가 빠르면 2~3일 내로 결단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위메프·티몬 정산과 환불 지연 사태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이날 오후 2시께 강남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영배 큐텐 대표와 티몬·위메프의 대표이사, 재무이사 등 총 5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을 접수한 직후 “강남서 수사1과에 사건이 배당됐다”며 “절차에 따라 관련자들을 순차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안의 규모와 중대성을 고려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로 사건이 이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는 위메프·티몬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와 관련, 최소 5600억원의 유동성을 즉시 투입하기로 했다.
우선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판매대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한 긴급경영안정자금 2000억원,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협약프로그램으로 최소 3000억원의 유동성을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여행사 이차보전(이자차액 보상)에도 600억원(대출규모) 한도로 지원한다.
이와 함께 피해기업의 대출·보증 만기를 최대 1년 연장하고,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 연장하는 세정지원도 진행한다.